천억 들여 관광객 겨우 40만명 유치...수소에너지 상용화 30년 뒤에나 가능

테마파크가 수소에너지를 중심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경제적 타당성도 의심될뿐더러 애초 조성 목적과는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에너지 사업과 경제적 효과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와 지역민 및 시민단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공청회.

지난달 29일 열린 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 연구용역 2차 공청회에 참석한 부안 주민들은 보고서를 검토하며 축소된 사업규모에 실망하는 기색을 역력하게 보였다. 이를 의식한 듯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수소에너지가 지구 경제를 이끌 것”이라며 “시작은 작은 것 같지만 전북 경제를 이끌 중대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마파크 주력분야가 수소에너지로 전환된 이유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용역보고도 있지만, 실상 신재생에너지 중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 에너지가 ‘솔라시티’를 표방한 광주, 대구 등에 우선권을 빼앗기면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수소에너지의 경우 연구-실증-상용화 단계 중 실증단계에 머물러 있고 상용화되기까지 20~30년을 내다봐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들에서도 집중분야 채택을 주저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집중적으로 육성시켜야 할 에너지 전략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 없이 ‘남은 것’을 선택한 셈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측은 테마파크 조성에 따른 단기적인 경제적 효과를 이용객수로 산출했다. 놀이공원 개념의 테마파크가 경제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기 때문에 2010년까지 총 4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리고 수소 에너지 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효과를 누린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토론에 참가한 일부 자문위원들은 경제적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토론 진행을 맡은 이충훈 원광대 교수는 “1천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40만명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느냐”며 일각의 우려를 대신 표현했다.

이에 대해 홍성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은 “신재생에너지사업은 당장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 아니다. 수소연료는 미래 기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단기적 경제효과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실장은 “테마파크가 핵폐기장 보상책으로 조성되는 것이라면 부안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가 고려돼야 하는데, 2040년에나 상용화될 수 있는 수소에너지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장의 지역경제활성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애초 유치 의도와는 상반되게 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한편으로 수소 에너지 전략 자체가 타당한가의 문제도 제기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은 “수소에너지는 그것 자체로 대안에너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기존의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친환경적인 방식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지역 여건을 봤을 때 풍력이나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에너지 개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필요하다”며 “테마파크 사업은 국가전략산업을 지역 조건 고려 없이 하향식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실제 타당성을 조사하고 다양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개적인 추진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소, 경제성 있나
수소 생산에 연료 필요...결국 원자력으로 회귀?
계속되는 고유가와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산업자원부가 2005년을 ‘수소경제 원년’으로 선포하는 등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수소는 자원이 무궁무진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석유 등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가 미래·청정에너지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에너지대안센터 대표)는 지난해 5월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수소경제는 없다’는 글을 통해 수소경제가 환상이라고 비판했다. 요지는 수소를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수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 등 여러 자원의 구성원소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전기분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또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석유·태양열·원자력과 같은 1차 에너지원을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 운반체와 같은 역할만 하는 셈이다.


현재 기술로는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분리하는 데만도 4배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등 수소 생산과정의 비효율성이 난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최근 유력하게 등장하는 에너지원이 정부가 추진중인 제4세대 원자로 중 수소생산로다. 이는 원자로에서 연료효율을 높여 전기뿐만 아니라 수소까지 대량 생산한다는 개념으로 원자력계에서 내놓고 있는 대안이다. 결국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원자력으로 회귀하는 꼴이다.


이에 대해 대안에너지 운동가들은 현재처럼 화석원료나 원자력 발전에서 수소를 얻는다면 결코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될 수 없다며 태양력·풍력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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