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겨울까지 총 4부로 구성…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
박 시인 “제 앞의 하루하루 그저 지수굿하게 받아들일 뿐”

박형진 시인

모항 사는 시인 박형진이 시집 『밥값도 못 하면서 무슨 짓이람』을 세상에 내놨다.
2016~2017년 부안독립신문에 연재했던 ‘시로 쓴 농사일기’ 37편에 20여 편의 시를 더한 이번 시집은 「천년의 시작」 출판사가 펴내는 『시작시인선』 0288번째로 출간됐다.
시집 『밥값도 못 하면서 무슨 짓이람』은 제1부 봄부터 제4부 겨울까지 총 4부로 구성됐다. 시 쓰는 농부이자 농사짓는 시인으로서의 삶이 각 부의 계절적 특성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긴장감과 정서적 충만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집 전반의 사건이자 배경이 되는 농사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시인의 삶을 계절의 순환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놓은 듯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철저한 자기 인식과 성찰에 기반한 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 차있다.
시집의 해설을 쓴 소설가 정도상이 “농부의 자아는 그의 삶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그의 영혼 속에 농부가 들어있지 않다면 그는 시인이 될 수가 없다”고 말했듯이, 시인에게 있어 “농부이면서 동시에 시인인 상태”는 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시 쓰기의 출발점이자 궁극적 지향점이 된다.
추천사를 쓴 김영춘 시인의 말처럼 박형진 시인은 “가슴팍만 한 밭에서 태어”나 “사시사철 밤낮없이 싹이 돋아나고 잎이 피어”나는 언어의 텃밭을 마치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농부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가꾼다. 연약한 새싹에 물을 주듯 눈물로써 언어의 결을 만들어 시의 토양을 일구어내는 시인의 진정성은 단순히 농촌에 국한된 정서가 아닌, 삶 가까이에 머물며 언제나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자연의 얼굴과 닮아 있다.
박 시인은 책머리 ‘시인의 말’에서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써왔고 인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여태껏 그럭저럭 살아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안타깝고 후회스럽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지금은 달라진 게 있느냐 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제 앞에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그저 지수굿하게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것이 없군요. 특별히 할 말도 없고요. 시집이 나오기까지 컴퓨터를 쓸 줄 모르는 저 때문에 아내가 많이 고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1958년 전북 부안군 도청리 보항마을에서 출생한 박 시인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1990년까지 농민운동을 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봄 편지」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시집 『바구니 속 감자 싹은 시들어가고』 『다시 들판에 서서』 『콩밭에서』 산문집 『모항 막걸리집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어린이책 『갯마을 하진이』 『벌레 먹은 상추가 최고야』 농업 서적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의 연장 부리던 이야기』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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