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계화도 주민들 사진 / 김종철 기자

주민들, 계화도는 위치상 바람만 불면 뻘먼지로 뒤덮여
“오염 준설토, 말리는 과정서 유해성 먼지로 비산” 주장
주민들 “발주기관·공사업체 대책 없으면 실력행사” 예고

농번기가 한창인 지난 13일 계화면 계화리 9개 마을 주민 200여명이 생계를 뒤로 하고 아스팔트 집회에 나섰다. 이번 집회는 이날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자그마치 5월 말까지 예정돼 있다. 게다가 한두 시간 잠깐씩 하는 것이 아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이는 1년 농사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달인 5월을 집회현장에 쏟아 붓는 것으로서 사실상 올 한해 생길 경제적 이득 전부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주민들이 이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접으면서까지 집회에 나선 이유는 다름 아닌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뻘먼지 탓이다.
새만금의 중심에 자리 잡은 계화도는 지형적 특성상 동·서·남·북 바람의 방향에 상관없이 ‘항상 뻘먼지에 뒤 덮여 있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특히나 계화도와 인접해 추진되는 각종 공사가 겹치기로 진행되면서 이들 공사장에서 내뿜는 뻘먼지가 ‘참을 만한 수준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단계에 다 달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뻘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부쩍 늘어난 먼지의 양과 함께 뻘먼지의 심각한 질적 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다.
새만금 내 용지 조성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은 농생명용지 사업으로 현재 10개 공구 7917ha 면적에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또한 하서 백련리에서 군산 오식도동까지 이어지는 길이 26.7km, 왕복 6~8차로 규모의 자동차전용도로인 남북 2축 도로공사도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부지조성이나 도로높임 등의 토목공사에는 대량의 매립토가 필요하다. 이런 매립토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준설이고 새만금 내부공사 역시 새만금호 바닥에 쌓인 갯벌 흙을 퍼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바닥 갯벌의 질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공개한 새만금호의 바닥 퇴적물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준설 갯벌은 건강한 갯벌에 비해 악취를 풍기며 먹물처럼 까만색으로 썩어가고 있다. 말만 준설토이지 썩은 유해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공개한 건강한 갯벌(좌)과 까맣게 변한 새만금 내부 갯벌(우)

다수의 주민들은 이런 썩은 갯벌을 준설한 뒤 야적을 통해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염된 뻘 먼지가 만들어지고 계화도 일대에 비산되고 있다며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에 필요한 매립토 중 80%를 호 바닥에서 충당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염된 갯벌과 뻘 먼지에 대한 성분조사,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등 주민의 생명과 관련된 요인을 등한시 한 채 밀어붙이기식 성과위주의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민원에 대책이랍시고 고작 몇 백 미터의 가림막을 설치한 것을 두고도 주민들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기만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주민들은 따라서 흙 전체를 둘러싸는 방식의 방지포 설치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거액의 공사비가 들어가고 이는 곧 업체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1회성 가림막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시위 현장 바닥에 앉아 각자가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나아가 주민들이 겪는 일상생활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 아무개 주민은 “오염된 준설토를 산처럼 쌓아놓고 ‘먼지가 나든 말든, 건강이 나빠지든 말든, 가림막 설치했으니 바람이 자주 불어 빨리 말라 공사나 마무리하고 돈이나 벌면 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라며 새만금 개발청 등 발주처를 비롯한 관련 공사업체 모두를 싸잡아 “돈과 실적 밖에 모르는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집회 현장에 나온 한 할머니는 “잠시라도 문을 열어놓으면 거실이며 방에 온통 뻘먼지가 쌓인다”며 “쓸어도 쓸어도 쓸리지 않아 결국 물걸레질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이른 봄에 산에서 딴 고사리도 말리려고 무심코 내놨다가 싹 다 버렸다”며 “햇볕이 좋아도 빨래도 못 널고 맘 편히 나가지도 못하니 감옥이나 다를 바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했다는 주민은 “유리창은 닦기라도 하지만 태양광위에 쌓인 뻘먼지는 비나 와야 씻기지 어쩔 도리가 없다”며 현저히 떨어진 효율에 “괜한 설치비용만 들었다”고 푸념했다.
더불어 “지난주에 보고 싶은 손자 손녀가 놀러 논다고 한 것을 뻘먼지 때문에 몸 상할까봐 못 오게 말렸다”며 “먼지 구덩이로 변한 마을을 어찌하면 좋을까”라고 긴 한숨을 내놨다.
피해대책위원회의 한 구성원은 “계화도 주민들이 지금까지 한 번의 집회도 벌이지 않은 데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로 해결되길 바래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집회의 원인은 주민들의 간절한 호소에 수수방관하고 신뢰를 깨트린 발주기관과 업체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민들이 납득이 갈만한 방지책을 내놓고 언제까지 이행할 것인지 확약을 얻지 못한다면 건설현장 무기한 봉쇄 등 목숨 건 실력행사를 펼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집회가 단순히 공사차량에 의한 민원을 넘어 새만금 내측 공사 전반에서 발생되는 뻘먼지와 유해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진행될 공사의 방법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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