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부안군 중간지원센터가 개소했다.
부안 대표축제인 마실축제와 시기가 겹친 데다 임시 사무실이라는 이유로 성대한 개소식을 치르지는 못했지만 센터 설립을 바랐던 군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중간지원센터가 갖는 의미와 역할이 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있다고 하니 침체된 부안을 구할, 구군(救郡)의 영웅을 기다렸을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신호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간지원센터가 기대만큼 역할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센터 설립을 추진한 부안군이나 민간조직인 중간지원조직협의회나 이해 못할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4월 중간지원센터장과 실무자를 모집하겠다며 채용 공고를 냈다.
센터장의 자격조건은 이렇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농업농촌 분야에서 5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이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5급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자’
아무리 행정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센터라 하더라도 자격요건에 4년제 대학에 공무원 5급 이상 경력자라니, 도대체 이 보이지도 않는 바늘구멍 채용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대상자가 몇이나 되고 과연 누가 응시할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역시나 세상은 다양함으로 가득 했다. 이 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이 부안에 있다니! 그는 바로 채용 몇 달 전 부안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사직한 하 아무개 씨다. 불현듯 개그 코너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밀고 나가서 돌면 다시 또 그 자리로 돌아오는 회전문 속 장면이다. 편협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기술센터 소장에서 나가 중간지원 센터장이 됐으니 회전문을 탄 인사라는 의혹을 좀처럼 지우기 어렵다.
언제나 그렇듯 의혹은 꼬리를 문다. 첫 번 째 꼬리는 ‘당초 채용조건이 맞춤용이었다’이고 두 번째 꼬리는 ‘제 식구 감싸기’다. 세 번째 꼬리에는 푸념이 달렸다. ‘끼리끼리 다 해 먹는다’.
내친 김에 다른 지역의 중간지원센터는 어떤지 찾아봤다. 대체로 ‘마을 만들기 관련분야 5년 이상 유경험자’, 여기에 간혹 ‘공익활동 현장 실무경력자’ 정도가 군더더기로 붙는다. 부안에 비하면 채용문이 4차선 대로로 활짝 열려 있다.
이들 센터는 ‘왜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도록 했을까?’ 다시 궁금해졌다. 각 센터의 장이나 사무장들의 답변을 모아 정리해보면 이렇다.
“중간지원센터가 주는 의미나 기능의 폭이 넓다. 그만큼 해야 할 일들이 다양하게 있어 폭 넓은 사고가 요구되기 때문에 공무원 등 특정 조직에 익숙한 사람보다는 혁신적 생각을 가진 마을예술가 집단이나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깊은 공동체 출신 리더들이 센터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런 사람들은 학력이나 자격증에 얽매이지 않는 성향이 있어 채용조건이 까다로우면 함께 할 수도 없고, 지자체는 그만큼 기회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바늘구멍에 회전문을 탄 의혹에 있는 신임 센터장이 농업관련 분야에서 잔뼈가 굵고 넓은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중간지원센터를 누구 못지않게 잘 운영할 수도 있다. 또한 첫 발을 내딛는 과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행정과 호흡이 맞는 인사가 필요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주민들과 살을 부딪치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마을 공동체를 살려야 할 중간지원 센터장을 선발하는데 있어 다양한 사람들과의 면접을 통해 부안의 실정에 맞는 사람을 선택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애버린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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