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전 돌오리상이 놓아진 솟대(좌)와 도난후 솟대 모습(우)

16년만의 반환 후 설치 계획 없이 수장고에 마냥 방치
부안군, “문화재청 지침이 있어야 설치가능해 대기 중”
문화재청, “변경 승인 완료, 군이 알아서 설치하면 돼”
부안군, 과다한 업무와 부족한 인원에 하반기 설치 고려

지난 3월 초에 반환받은 동문안 당산 돌오리 상이 부안군의 무관심 속에 2개월이 넘도록 수장고에 방치돼 있다.
더욱이 2개월 동안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행정의 고질적인 늑장 대처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지적을 넘어 16년만의 반환이라는 거창한 반환식과 함께 치적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귀찮은 절차 탓에 보관이 아닌 사실상 방치해 두고 있는 것이라는 비난이 따르고 있다.
논란의 돌오리상은 부안읍 동문안 솟대 위에 설치되어 있던 화강암 조각상이다.
부안읍 동문안 솟대는 역사적 가치와 민속신앙의 중요한 자료로 인정받아 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부안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 2003년 3월경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던 당산제도 2005년 맥이 끊기게 됐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문화재청이 회수에 성공하면서 16년만인 지난 3월 5일 부안군으로 반환됐다.
이 비운의 돌오리 상은 반환식에서도 조차 환영보다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뒤집어 졌다’, ‘올바르다’라는 논란이 제기 됐고 각종 언론에서도 ‘뒤집어진 돌오리상’이라는 식의 비꼬는 보도를 내놔 반환의 기쁨을 가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군민들은 귀환을 환영했고 사사로운 위치 논란을 조속히 벗어내고 제자리를 찾기 바랐다.
하지만 쉽게 설치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설치가 장기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두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설치 지연에 부안군 담당자의 일 처리 방식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지가 최초 취재시 해당 담당자는 “문화재청이 어떻게 설치하라는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맘대로 설치할 수 없다”며 지연 이유를 문화재청의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본지가 문화재청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부안군이 지난 2월에 돌오리상을 설치하겠다는 현상변경 신청을 했고 관련 허가가 모두 났기 때문에 부안군이 일정을 잡아 알아서 설치하면 될 뿐 문화재청이 무슨 지침을 내려 줘야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답변을 했다.
이같은 문화재청의 답변에 부안군 담당자는 해당업무 실무자에게 다시 확인한 후 “지난 3월에 현상변경 설치허가가 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수습에 나섰다.
결국 없는 지침을 기다렸다는 꼴이고 설치도 언제 될지 모를 일이었다.
이 담당자는 “동문안 당산 주변이 지저분해 주변 정리와 함께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올초 정비사업을 신청했지만 선정돼지 않아서 보류된 것이 아쉽다”며 무작정 방치한 것이 아님을 주장했다.
더불어 “문화재팀에 총 3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각종 민원 등 해결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 인력 부족을 탓했다. 또한 “성급하게 설치하는 것보다는 여유를 갖고 검토 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해 하반기에 설치를 추진할 예정으로서 향후 문화재위원 회의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결국 과다한 업무와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방치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때문에 군민들이 기대하던 돌오리상이 올라 간 완전체의 동문안 솟대는 빨라야 하반기에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부안군이 발빠르게 움직인다면 조속한 시일내 설치가 가능하다”능 의견과 함께 “동문안 솟대는 무형문화재로 분리하고 있을 만큼 조상의 정신문화와 민속신앙을 대변하는 상징물이다. 화려한 자태나 수려한 모습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명맥을 이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라며 문화재를 대하는 부안군의 시선과 자세 변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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