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링! 학교 갈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정해진 시간에 울리는 알람은 나에게 있어 지각을 막아주는 안전 장치 중 하나다. 물론 어머니의 ‘밥 먹어라’, ‘학교 늦는다’라는 보챔이 가장 큰 효과를 내고 있지만 말이다.
훌륭한 안전장치가 있어도 등굣길은 언제나 바쁘다.
마실축제 준비가 한창이던 5월초, 학교 앞 교육청 사거리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횡단보도를 건너라, 멈춰라 하는 신호불빛이 꺼져 있고 그 위 자동차용 신호등에 황색 점멸등 만이 깜빡 거리고 있었다.
‘어 뭐야’, ‘건너야 하나, 말아야 하나?’, 두리번 거렸지만 교통정리원은 없었다.
다만 부안여고, 여중, 부안고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학부모의 자가용 차량이 신호대기 없이 쌩쌩 달리는 모습만 있었다.
등굣길 안전장치 하나가 없어진 것이다.
나는 그저 내 판단에 의지한 채 횡단보도를 건널 수밖에 없었다. 위험했다.
그나마 등교시간이 늦지 않아서 망정이지 늦었다면 좌우를 살필 시간 없이 횡단을 감행했을 것이다.
특히나 옆에 누군가가 ‘야 가자’라고 부추겼다면 보지도 않고 무작정 건넜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무단횡단과 다를 것 이 없다. 무단횡단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을 거다. 교통사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무단횡단 사고인데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 봤다.
이유는 보행자는 안중에 없는 마실축제 준비였다.
교육청 사거리에서 매창공원 가는 길을 막아놓고 축제 준비를 하고 있는 탓에 이곳 신호등이 모두 황색점멸등으로 변한 것이다.
왜 보행자 신호등까지 꺼놔야 하는지 궁금해 부모님께 물었다.
“매창공원쪽으로 가는 길 쪽 신호가 필요 없으니 차량 소통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랬을 거야”
그렇다. 어른들이 모는 차량이 잘 다녀야 하니까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은 불편을 참아야 한다.
그래야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으로 평가 받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불편을 넘어 안전도 참아야 하는지 궁금했다.
더욱이 청소년도 이렇게 위험한데, 우리들보다 인지능력과 보행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은 어떻겠는가?.
‘도대체 누굴 위해 신호등을 꺼놨을까’, ‘등하교 1시간씩만이라도 켜두면 안 됐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 세월호 5주기가 있었다. 잊지 말기 위해 묵념도 하고 기념식도 가졌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크게 개선된 점이 없는 것 같다. 축제준비와 차량 운행을 편리하고 효율적이게 하기 위해 지역주민들, 그것도 부안의 미래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돼야 한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사고라도 났어야 했나’
이 일이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작은 결함에 큰 비행기가 추락하듯이 사소하다고 해서 절대로 가볍게 보고 방치해야할 일이 아니다.
모든 일이 편리와 효율이 1순위가 아니라 안전이 1순위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나 어린이, 청소년, 노인분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살기좋은 내고향 부안이 되고 더욱 즐거운 축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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