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과에서 발주한 동신아파트 주변 도로공사. 주민참여감독제가 적용돼 주민 의견이 일부 수용됐다. 사진 / 김종철 기자

작년 5월 조례제정, 11월 운영계획 수립, 올해 첫 시행
주민 감독자, “감독조서 쓴 적 없고 누가 쓰라고도 안 해”
부안군, “준공계 아직 미 접수, 공사감독조서 징구 하겠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행정의 신뢰를 높인다는 기치 아래 올해 첫 발을 뗀 주민참여감독제가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구색 맞추기용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이 제도가 군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민선 7기의 정책에 반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주민참여 감독제는 추정가격 3천만 원 이상 공사 중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급공사에 대해 주민이 직접 공사 착공부터 준공까지 현장관리 감독으로 참여하는 제도다.
다수의 지자체가 앞 다퉈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과 행정 간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제도라는 평가가 따르고 있으며 부안군 의회도 지난 행감에서 제도 시행을 서두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부안군은 작년 5월에 조례를 개정하고 11월에 운영계획안을 수립하면서 올해 본격적인 제도 운영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15일기준 총 5건의 공사가 주민참여 감독제를 적용해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건은 도시공원과에서, 2건은 건설교통과에서 발주했다.
도시공원과가 발주한 매창공원 도로보수 공사와 매창공원 화장실 리모델링 공사에는 부안문화원 관계자인 김 아무개 씨가 주민 감독자로 선정돼 마무리 됐고, 동신아파트 주변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는 오는 8월 준공을 목표로 시행중에 있으며 해당 마을이장이 감독자로 선정돼 있다. 건설교통과는 상서면 장전마을 배수로 공사와 하서면 언독지구 배수로 공사에 각 마을이장을 감독자로 선정해 지난 4월 초 공사를 마무리 했다.
겉으로는 별 다른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본지의 취재로 드러났다.
건설교통과 주관 사업에 위촉된 주민감독자 최 아무개 이장은 “나를 뭐 하러 감독자로 올려놨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사람 하나 없고 공사업체 이름도 모를 뿐만 아니라 공사일지 같은 것을 쓰라고 한 사람도 없고 써본 적도 없다”며 “자기들끼리 잘 한다고 생각했으니 연락 한번 없이 공사한 것 아니겠냐”며 우회적으로 행정과 공사업체를 비난했다.
다른 주민 감독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위촉된 사실은 알고 있지만 따로 교육을 받았거나 공사조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주민참여 감독제가 무엇인지, 왜 위촉 받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른 채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한 서류 속 주민 감독자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는 운영계획에 적시된 ‘공사 착공 전 주민참여감독자의 자질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욱이 준공계 제출 시 첨부해야 할 감독조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이 나오면서 ‘감독사항 및 건의사항’을 기재토록 되어 있는 감독조서가 사업이 마무리 된 지금까지 작성돼지 않았다면 무엇을 어떻게 감독하고 건의해 작성됐다는 것이지 의문이 남는다.
본지는 이 같은 문제점과 의문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건설교통과 담당자에게 질의한 결과 “아직 준공계가 안 들어왔기 때문에 감독자들로부터 감독조서를 받을 예정이며 해당 면에 공문을 띄워 위촉자를 선정했으므로 당연히 통보 등 절차가 이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아울러 “공사 실무담당자가 신규직원으로서 미숙한 점이 있다. 2개 마을이 접하고 있어 감독자로 선정된 이장과 혼돈을 일으켜 앞마을 이장과 의견을 공유했다. 공사 중에 몇몇 사항은 주민들 의견을 반영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처음 시행하는 제도라 하더라도 그때그때 작성했어야 할 감독조서를 뒤늦게 받겠다거나 감독자를 혼돈했다는 것은 해당부서가 이 제도를 바라보는 크기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 제도의 의미를 공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여러 서류 중 불과 몇 장의 서류에 지나지 않는 크기로 치부했다는 비난이 따른다.
건설교통과 사업이 이 같은 잡음을 내고 있는 반면 도시공원과 발주 사업의 주민참여 감독자는 달랐다. 이들은 최소한 위촉사실을 알고 감독조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매창공원 주변 공사와 관련해서는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전동차의 안전을 배려한 인도 부분 공사를 지적해 시정하고 화장실내 불편사항 해소를 요구했으며 공사 시 발생되는 먼지 저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취지에 부합하는 감독자의 역할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됐다.
더불어 동신아파트 주변 도로 공사 감독자도 자신이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곳을 지적하거나 아파트로 차량이 통행 가능하도록 인도를 수정하게 하는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느껴왔던 불편을 공사현장에 접목시킨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특히나 공사가 다 끝난 뒤 감독조서를 징구하겠다는 건설교통과와 달리 도시공원과 주민감독자는 자주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짧게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작성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렇듯 하나의 제도 운영을 두고 두 부서 간 현격한 격차를 보이는 데에는 해당 부서 공무원에 대한 교육 부재와 함께 주민 참여라는 제도에 대한 인식이 바로서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실패하기 십상인 만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을 철저히 검토하고 제도 확립을 위한 날카로운 잣대를 대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군민들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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