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고는 지난 15~16일 학생회가 주관한 세월호 5주기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15일 1교시에 강당에 모여 희생자들에 대하여 4분 16초간 묵념, 방송부가 제작한 추모 영상 시청, 3학년 문경은 학생의 추모글 낭독으로 세월호 추모 행사의 막을 올렸다.
중앙현관에는 각반 학생들이 직접 적은 추모글과 동아리 학생들이 참여한 추모 시, 그림 등이 전시되었다.
16일에는 아침 8시에 방송부에서 세월호 추모 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방송했고,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이 직접 노란 리본에 짧은 추모의 글을 적고 도서관 앞에 매다는 활동을 했다.
신유빈 학생(3학년)은 “올해 세월호 추모 행사는 학생회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 그런지 매년 하던 세월호 추모 행사보다 더 진중성을 느꼈고 우리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무언가 했다는 것에 뿌듯했다”라며 이번 행사가 학생들에게 준 의미를 말했다. / 백산고 3학년 김재혁

 

추모 리본을 매다는 학생들.

세월호의 피다 질 수밖에 없었던 꽃들에게

5년째입니다. 혹자는 제게 이리 말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세월호 사건이 직접 와 닿는 점은 없는 것 같다”고, 아예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그간의 저는 사회와 정치에 단 1%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 학생이었기에 필요성은 느끼지만 특별한 관심은 없고, 머리로는 깨닫지만 딱히 공감하지 않는 그런 무정함으로 무던히 자라온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을 포함하여 세월호를 나몰라라 하는 모든 이들을 나무랄 자격이 없습니다.

닮이 하루를 이끌고 소쩍새가 하루를 내리기를 17년, 하루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구가 있더군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라는.  매일 접한 아침과 밤이 오랜만에 두려워지는 이유도 아마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소쩍새 울 때에 슬퍼하지 않았기에 제 이름 부끄러운 줄을 몰랐던 것이지요. 제 허물 지저분한 줄 꿈에도 모른 채 아침을 맞고 밤을 즐기다니! 저 자신이 너무하단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남루한 제 손을 스치는 것만 같습니다.

허나 이런 제가 조금이라도 깨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진실된 회고일 듯 합니다. 이를 위해 작은 울림이라도 좋으니 용기있게 한 발자국 나아가려 합니다. 벌써 5년째입니다. 그들을 기억하는 노란 리본은 부패한 정권을 밀어냈고 빛나는 그들의 마음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를 포기하는 퇴선 명령은 어찌하여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의 그때의 우리가 열심히 던지고 간구했던 안타까운 질문들은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노란 리본을 기꺼이 고집하려 다짐하는 이유입니다. 한 정치의 폐단은 304명의 나비들을 만들어냈고 이를 기리는 초연한 리본은 하나 둘 모여 어느덧 노오란 꽃밭을 이루어 냈습니다. 구태여 이를 ‘부패를 해결하게 한 디딤판’이라고 칭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세월호의 필름들을 그 자체로 기억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능력 없는 동생이지만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게, 돌아올 소쩍새가 두렵지 않고 찾아올 닮 앞에 당당할 수 있게! 비 멎어 반짝이는 강가에 리본하나 매어두고 지키는…… 그리 되려 노력하겠습니다. 그리 하려 애쓰겠습니다. 사회의 아픔인 304명의 당혹과 눈물을 우리가 기억하겠습니다.  / 2학년 이태양

학생들이 모여 노란 리본에 추모의 글을 적고 있다.

세월호에게 / 2학년 정준호

배야
네가 가라앉았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라
진실은 절대 가라앉지 않으니

배야
네 몸이 녹슬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라
너를 향한 우리의 관심은 절대 녹슬지 않으니

배야
네 속에서 생명이 죽어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라
진실의 꽃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니

진실의 꽃은 활짝 피어나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니

배야
너무 슬퍼하지 마라.

개  화 / 2학년 권윤진

바다에 피어있는 많은 꽃봉오리들이
빛도 못 본채 시들어버렸다.

시들어서는 희망이 없는 채로
점점 떨어지는 꽃봉오리들

어디선가 노란 풍선이 내려와
그들을 데리고 올라갈 때

지켜보는 나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울기만 할 때

드디어 빛을 보고 꽃은 피우니

나무들아 울음을 그치어라
꽃은 다 피었다.
시들지 않았다.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올리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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