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열린 부안군체육회 제1차 정기임원운영회 모습. 당연직 회장인 권익현 군수가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군민 “단체장 오른팔 오명 벗고 체육인 스스로 꾸려가야”
안길호 부회장 “큰틀은 동의, 재정적·법적 시스템 갖춰야”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을 금지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발효됨에 따라 부안군체육회도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고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지금까지는 군수가 당연직 회장을 맡아 왔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체육단체에 대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개정됐다. 하지만 법 개정 취지에 무색하게 체육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예산 확보 문제와 단체장과의 갈등에 따른 불이익 등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대한체육회는 지난 4일 서울올림픽공원 회의실에서 전국 시·도체육회 사무처장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개정 법률의 시행시기를 3년간 유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계파 싸움, 임·직원 간의 라인 형성, 체육인 분열 및 갈등 초래 등의 문제점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선거인단 선출방식 도입이 아닌 지자체장이 지명하는 인사를 총회에서 추대하거나 선출하는 방식으로 회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장과 정치적 성향이 다를 경우 재정적 불이익의 우려가 높다는 게 그 이유다.
부안군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안군체육회에 관계하고 있는 한 군민은 “우리 같은 시골에서는 민간인 체육회장이 나올 경우 오히려 정치 바람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체장과 정치적 이해가 같으냐 다르냐에 따라 예산이나 지원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육계 일각의 이같은 요구는 외려 그동안 체육회가 순수 체육단체로서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나아가 스스로 정치세력화 해왔음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때 부안군체육회에 관계해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군민은 “말로는 체육인 독립을 주장하면서 민간인 체육회장 선출을 유보해 달라는 요구는 모순”이라며 “이참에 단체장의 오른팔이니 전위대니 하는 그 동안의 오명을 벗고 체육인 스스로 살림을 꾸려가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정도를 지킬 때 정치권력 따위가 찝적거리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안길호 부안군체육회 수석부회장은 “밖에서 보기엔 단체장이 체육회를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는 것 같지만 민도가 높아 그렇게 되지도 않고 될 수도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도민체전이나 군수배, 산하 체육단체 지원 등 재정적인 면에서 군수가 모든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민선 체육회장이 군수와 코드가 다를 경우엔 지원받을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선거로 민간인 회장을 선출할 경우 기탁금만 1000만원에 선거비용이 1억 가량 든다는 설도 있는데, 누가 그 큰 돈을 써가며 봉사직인 체육회장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선거과정에서 단체장과 관계 있는 후보, 정당의 지지를 받는 후보 등이 난립하거나 선거가 끝난 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경우엔 정말 정치적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 부회장은 “큰 틀에서는 민선 회장이 정치 바람을 차단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데 동의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나 민주적 선거 절차 등 재정적, 법적 시스템을 먼저 갖춘 뒤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부안군체육회가 주최하는 부안군수배 경대대회는 바득, 씨름, 게이트볼, 테니스, 배구, 축구, 태권도, 족구, 탁수, 볼링, 수영, 당구, 궁도, 골프, 야구, 그라운드골프 등 16개 종목이 있다. 이들 종목에는 최소 35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각각 군비가 지원된다.
부안군체육회 산하단체로는 검도, 게이트볼, 골프 등 24개 종목의 정가맹단체가 있고, 씨름, 유도, 등 4개의 준가맹단체가 있다. ‘직장운동경기부’ 정책의 일환으로 지원되는 부안군청 소속팀으로는 요트팀이 있다.
부안군이 부안군체육회에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사무처장 등 인건비 1억824만원, 체육인의 밤 행사 1000만원, 업무추진비 740만원 등 총 1억4310만원이다. 이를 포함해 년간 예산은 도민체전 관련 예산 등 도비 2억원과 군비 5억원 등 총 7억원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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