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이 진행된 5개월여의 시간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는 동상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시간이었다. 3.1운동 100년,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년, 광복 72년이 지난 지금도 치열한 역사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아베정권은 2021년에 갱신되는 일본 화폐 1만 원권 등장인물로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넣겠다고 한다. 일본자본주의를 도입한 인물이지만 조선에 대한 경제적 침략을 이끈 인물이기도하다. 일본 우익정권은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자위대가 아닌 전쟁이 가능한 군대를 부활시키고자 끊임없이 애쓰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문제와 강제징용에 대해서는 박정희 정권 때 끝난 일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주장은 여차하면 한반도 역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겠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좀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안에 있다. 아픈 역사이니 자꾸 들추지 말자라는 소극적인 역사 회피론에서, 좀 더 나가 반민특위가 민족갈등을 불러 일으켰다느니, 일제시대가 한국 근대화의 시기라느니, 대한민국의 시작을 8.15 광복으로 해야 한다는 등의 몰역사적인 발언이 태극기로 위장한 채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모든 것은 체제전복을 노리는 빨갱이들의 주장이라고 강변한다. 해방 이후의 우리 역사는 그것이 빨갱이들의 주장이 아니라 진실의 주장임을 확인하는 역사였다.
모든 거짓은 일제를 청산하지 못한 원죄에서 시작되었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에 대한 전후 처리에 대한 특임을 맡은 맥아더는 친미적인 이승만 정권을 내세우고, 일제시대 때 경찰과 관료들을 대거 기용하여 한국정부수립을 주도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일제잔재를 청산하고자 만들어진 반민특위가 강제 해산되었고, 일제청산과 통일 자주국가 건설을 외치던 수많은 애국자들은 빨갱이로 몰려 죽음을 당하거나 월북을 강요당하였다. 청산하지 못한 피맺힌 과거를 가슴에 묻고 대한민국은 성장해 간다.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던 이승만 정권은 4.19혁명으로 무너지고, 잠깐의 민주주의 공간이 열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박정희 군사독재가 들어섰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지만 권력에 대한 탐욕에 눈먼 박정희 정권은 권력 내부의 총탄에 쓰러지고 말았다. 민주정부에 대한 열망은 민주화의 봄으로 터져 나왔다. 전두환 신군부는 광주를 빨갱이들의 소요로 몰아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강제진압하기 이른다. 다시 어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기나긴 어둠의 끝에 6월 항쟁 일어났고 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렸다.
대한민국은 조금씩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위안부할머니들의 숨겨진 비극이 그분들의 육성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진실을 향한 할머니들의 순결하고 결연한 행진은 1992년 1월 8일 첫 수요집회가 시작된 이래 올해 4월 10일까지 1382차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위안부할머니들의 외침은 일제와 독재정부가 꾹꾹 눌러 숨기고자 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그 외침 소리에 일제에 빌붙어 치부했던 자들의 일제근대화론 같은 궤변들이, 독재정권을 정당화했던 반공이데올로기가 밝은 햇살 아래 곰팡이처럼 힘을 잃었다, 독립유공자는 숨어살고 친일 부역자가 독립유공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부정들이  과거사진상규명 노력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고리가 풀려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소녀상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 역사의 진실이다. 그리하여 모든 일은 이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는 것은 다시는 침략과 인권유린을 하지 않겠다는 국제적인 약속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워 잊지 않고자 하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 뿐만이 아니라 우리 근대사에서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진실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다. 민족의 열망인 평화와 통일도, 김구 선생님의 문화 번영국가에 대한 소망도 ‘기억되는 역사’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모금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하는 군민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가족과 단체가 현수막과 문자메시지를 보고 모금에 참여하였다. 그 마음속에 역사의 진실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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