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번 호부터 부안 출신 강민숙 시인의 '동학과 부안에 관한 시'를 약 10여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말

 

아버지의 꿈

산에 가서
삭정이 몇 개 주워다
아버지가 비 오는 날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솟대를 만드신다
조선낫으로 나무껍질 벗겨내고
가지 끝에다 종이배 닮은
나무둥치 깎아 올려놓고 
어린 나를 보며 씩 웃으신다
아버지는 저 아슬아슬한 나뭇가지 위에
왜 배를 매달아 놓으신 걸까
동진강 물길 따라, 위도 건너
서해 바다 용왕님 뵈러 가고 싶으신 걸까
그러다 송곳으로 나무둥치에
구멍을 뚫으신다
돛대 세우는가 하였는데
새 주둥이를 끼워 넣으신다
아버지의 꿈은
바다가 아니라 하늘이었나 보다
몰아쳐 오는 외세의 거친 폭풍 속에서
갑오년 동학농민의
외침을 듣고 계시나 보다
길게 목을 뺀 새가 되어.

 

강민숙 / 전북 부안 백산에서 태어나 백산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거쳐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와 명지대학교에서 박사를 마쳤다. 1991년에 등단하여 <아동문학상>과 < 허난설헌 문학상>< 매월당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외 1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몽골<울란바터르대학교>에서 현대시를 강의를 했고, 현재는  아이클라(icla) 문예창작과, 극작과, 영화, 연출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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