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을 들고 가두시위에 나선 하서 장신리 마을 주민들 사진 / 김종철 기자

뿔난 하서면 장신리 주민들, 시위 나서
주민들 분개하면 잠시 조용, 또 다시 반복
민원 해결할 기관들간 책임전가 핑퐁게임

하서면 장신리 주민들이 분진과 진동, 소음과 과속에 고통을 호소하는 시위를 펼쳤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인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과 새만금개발청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핑퐁게임을 벌이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8일 하서면 장신리 소재 양지, 평지, 불등, 복용, 신성 5개 마을 주민 100여명은 “주민동의 없는 공사차량 진입금지”, “진동과 소음으로 마을주민 다 죽는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펼쳤다.
양지 마을회관에서 시작해 평지마을 삼거리를 돌아 복용마을로 거쳐 되돌아오는 무려 4km에 달하는 석불로 거리 일원에서 진행됐다.
농번기가 시작돼 바쁜 와중에도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새만금 공사현장에 투입된 대형덤프트럭이 만드는 갯벌 분진과 진동, 소음이라는 3중고와 더불어 주민들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운행 형태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한 주민은 “올 초부터 마을 앞으로 돌을 운반하는 대형 트럭이 늘어나면서 끽끽거리는 큰 브레이크 소리에 놀라기 일쑤고 쿵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져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무섭게 달려드는 과속 덤프에 집 밖을 다니기 어렵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더욱이 “한꺼번에 덤프 3대, 4대가 굉음을 내며 연이어 이곳을 지날 때면 차라리 떠나고 싶어진다”는 하소연을 내놨다.
‘공사차량의 만행’이라고 칭하는 불등 마을 이 아무개 씨는 “갯벌 흙이 묻은 차량이 바퀴도 제대로 씻지 않고 도로를 다녀 분진이 온 마을을 덮고 있다”며 “사석 실은 덤프트럭이 마을 앞 도로를 시속 70km 정도로 달려오는 것이 만행이 아니면 무엇이냐, 도대체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더불어 경찰의 호위 속에 펼쳐진 이번 가두시위에 어제까지만 해도 쉽게 볼 수 있던 대형트럭을 한 대도 마주치지 못한 것을 두고 “업체가 주민들을 피하기 위해 평소 다니던 길을 이용하지 않고 평지마을 삼거리에서 돈지방향으로 틀어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업체가 주민들 눈치만 볼 뿐 본질적인 문제에는 항상 등한시 해왔다”고 행태를 꼬집었다.
또한 “이렇게 주민들이 시끄럽게 따져 물으면 한 며칠은 조용하다가 언제 그랬냐 싶게 또다시 반복된다”며 항구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거센 요구와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벌이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공사와 관련된 주무관청 간의 책임전가가 도를 넘어선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날 오후 본지가 취재에 나서자 농생명용지 개발을 담당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은 “이번 시위는 우리 공사차량에 의한 민원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으며 남북2축도로 공사를 담당하는 새만금개발청은 심지어 이런 가두시위가 벌어진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을 뿐더러 농생명 용지 구간에서 벌어진 민원은 한국농어촌공사로 문의하라는 답변이 나왔다.
더군다나 불등마을 이영현 이장의 말에 따르면 부안군도 새만금개발청이나 새만금사업단이 처리할 민원이라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회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이 직접 공사현장을 찾아 공사담당자에게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7-1공구의 금광기업과 7-2공구의 계룡건설, 환경생태용지 조성중인 (주)케이디, 남북2축도로를 공사 중인 포스코 건설을 찾아 주민요구를 전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이장은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새만금 개발이냐”며 “민원을 해결해줄 관계부처들간 책임을 전가하는 동안 하서 주민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라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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