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부안독립신문은 해수유통을 추진하기 위해 시화호 현장을 답사한 새만금도민회의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을 동행취재 했습니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악명을 떨친 바 있는 시화호는 해수유통과 조력발전을 통해 지금은 생명의 갯벌로, 또 수도권의 유력 관광지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본지는 시화호와 새만금의 비교를 통해 독자와 함께 새만금의 나아갈 길을 모색코자 합니다.  편집자 말

 

시화호 전망대 앞에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새만금도민회의와 전북환경연합 회원들.

시화호 방조제 공사는 새만금보다 4년 앞선 1987년 시작됐다.
이후 1994년까지 장장 7년의 공사 끝에 12.7㎞의 시화방조제가 완성되면서 시흥시와 화성시 의 앞 글자를 따 시화호로 불리게 됐다. 원래 이곳 갯벌의 이름은 군자만이었다.
시화호의 총 면적은 56.5㎢이며, 총저수량은 년간 3억3,200만 톤, 최대 수심은 18m에 달한다. 해수 유입량은 년간 3억 8,000만 톤이다.
이에 비해 새만금은 방조제 길이가 무려 33.9 km에 이르고, 호소 면적은 118㎢, 매립지 면적은 291㎢이다. 총저수량은 대략 5억3452만 톤, 최대수심은 54m에 달해 시화호와 비교하면 대체로 2~3배 수준의 대규모이다.

죽음의 호수, 시화호

시화호는 새만금과 마찬가지로 방조제 완공 후 심각한 수질오염에 직면한다. 인근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으로부터 유입되는 산업 폐수와 신길천, 아산천, 반월천, 동화천 등 인근 5개 지천으로부터 하루에 약 49만톤의 오폐수가 시화호로 유입되면서 방조제 안의 저조면 밑에 잔류된 막대한 양의 해수가 오염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방조제 건설 전 2∼3ppm을 유지하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완공 후 평균 10ppm을 넘어 최악의 수질을 기록하게 된다.
정부는 결국 1996년 7월 하수처리장 신·증설을 비롯해 갈대습지 조성과 하수관거 정비 등의 내용을 담은 범부처 대응책인 ‘시화호 수질개선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7년에는 COD가 무려 17.4ppm을 기록해 시화호는 말 그대로 죽음의 호수가 된다. 결국 환경부는 그때부터 단기적인 대책으로 배수갑문을 열고 일부 해수유통을 실시한다.
그래도 수질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1999년 1월 시화호 내측 간척지의 농업용지를 축소하고 농업용수를 인근에 있는 탄도호에서 확보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마침내 2001년 2월 해수유통을 반대하는 농민과 지역주민을 설득해 시화호를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하면서 전면적인 해수유통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새만금에 어른거리는 시화호의 그림자

새만금은 2017년 기준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8.5ppm(중간지점·ME2)으로 호소의 수질 환경기준 가운데 가장 낮은 5등급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5급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오염 상황도 심각하다. 만경강의 수질은 2017년 기준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 10.8ppm(김제 지점)으로 수질 기준 2번째로 낮은 단계인 '나쁨' 5급(9.1~11.0ppm)을 기록 중이다. 동진강의 수질 역시 COD 기준 8ppm으로 '약간 나쁨' 4등급(7.1~9.0ppm)을 기록했다.
정부가 새만금 사업을 시작한 2000년과 비교해 만경강(10.7ppm), 동진강(6.1ppm) 모두 수질이 더 나빠졌으며, 이 같은 수질 악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새만금 개발에 의해 어패류의 산란처와 서식처 역할을 하던 갯벌과 하구언이 사라지면서 1990년도 대비 현재 어업생산량은 74% 감소했다. 새만금 사업으로 인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전북 어업분야 누적 피해액은 7조5000억 원에 이르며, 충남과 전남처럼 어업생산량이 2배 가량 늘어났을 경우를 가정하면 전북의 누적 어업 피해는 무려 15조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에서 새만금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약 9조7천억 원 정도 규모다.

 

해수유통과 조력발전, 시화호에 생명이

1997년 COD가 무려 17.4ppm에 달했던 시화호는 1998년 시작한 부분 해수유통만으로도 7.9ppm으로 절반 가량 줄고, 본격 해수유통을 시작한 2001년에는 4.8ppm으로 낮아진다. 2006년에는 2.6ppm으로 다시 절반 수준으로 개선된다. (표 참조)

시기별 시화호 수질 개선 현황


갯벌 생태계도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대형저서동물 출현종수가 2011년 9종에서 2017년 24종으로 늘어났고, 종 다양성 지수는 2011년 0.94에서 2017년 2.34으로 개선됐다. 특히 조하대(항상 물에 잠겨 있는 지역) 저서생물은 2005년 83종에서 2017년 223종으로 크게 증가했다.
조류는 법정보호종이 2005년 7종에서 2017년 20종으로 늘었고, 천연기념물 역시 2005년 107종에서 2017년 130종으로 증가했다. 해수유통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시화호의 시기별 조류·저서생물 출현종수


정부는 2004년 기존 시화호 수질개선대책에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추가된 ‘시화호 종합 관리계획’을 확정하고, 수자원공사를 사업시행자로 2005년 조력발전소 건설에 착수해 2011 조력발전소를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간다.
이로 인해 3,000만톤이었던 해수유통량이 1억6000만톤으로 늘고 수질도 덩달아 빠르게 회복됐다. 현재는 반월국가산업단지의 확대와 함께 송산그린시티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1일 발전규모 254메가와트(MW)로 년간 발전량이 553기가와트시(GWh)에 달해 5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소양강댐 발전소보다 1.56배가 많으며, 54만4000MWh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랑스조력발전소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량을 기록 중이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변압기실에서 15만4000볼트로 전압을 높여 땅 아래의 지중송전선로를 통해 10km 밖 반월국가산업단지 내의 남시화변전소로 송전된다. 전력 도매가격 단가인 전력 계통한계가격으로 한국전력거래소에서 판매되며, 수입은 연 600억 원에 이른다. 이로써 대체되는 석유는 년간 86만2000배럴이고,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은 연 31만5000톤이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새만금, 시화호를 배워야

새만금 수질 개선을 위해 지난 20년간 투입한 예산만 4조 원이 넘는다.
2001년부터 시작된 1단계 수질 개선 대책은 2011년까지 10년 간 4급수를 목표로 1조4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고, 이후 지금까지 2조9천억 원을 쏟아부어 2단계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수질은 좋아지기는커녕 6급수로 더욱 악화됐다.
이에 따라 전북환경연합과 새만금도민회의 등 시민사회단체의 해수유통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부안독립신문>이 지난 1월 24일 실시한 여론조사(본지 2월 1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부안군민의 60.5%가 해수유통을 찬성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요구도 거센 형편이다. 해수유통 반대는 17.5%에 불과했다.
조력발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새만금이 조력발전을 할 경우 소용량 방식으로 했을 때 400메가와트 규모, 687기가와트시 발전량이 예상된다고 한다. 시화호의 1.3배에 달한다. 그나마 최저치로 계산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총저수량과 발전량이 대체로 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화호의 2배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조력발전을 통한 해수유통에 따라 수질 개선은 물론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며 갯벌 회복에도 상당 수준 기여할 것은 자명하다.

미세먼지가 많아 흐릿하지만 야산 앞 쪽으로 드넓은 갯벌이 되살아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새만금사업이 시작된 지 내년이면 꼭 30년이 된다. 원래 계획대로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시화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시 바삐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로 옆에 모범적인 사례가 있음에도 천문학적인 돈까지 써가며 기어이 공멸로 가는 반대 방향을 고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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