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공청회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 사진 / 김종철 기자

무엇을 재생할 것인지, 대표선수 없는 계획
‘신기품원 부안’ 이해할 수 없는 슬로건까지
장기계획, 용역사가 아닌 군민이 만들어야

부안군은 지난 12일 군청 중회의실에서 부안군민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도시재생 전략계획(안)에 대한 주민공청회를 가졌다.
이날 공청회의 주제인 도시재생 전략계획은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에 의해서 시행되는 사업으로 건물을 부수고 도로를 개설하는 ‘개발’이나‘ 재개발’과는 다른 개념인 ‘재생’이라는 관점으로 수립되는 장기계획을 말한다.
부안군은 작년에 이러한 장기계획 수립을 용역 의뢰했고 용역 중간 결과에 대한 주민공청회와 함께 5명의 도시재생 전문가들을 초빙해 토론시간을 가졌다.
결과발표에 나선 용역회사 담당자는 군청 인근인 서외·성황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고 터미널과 시장 등을 다른 하나의 권역으로 묶은 2개 구역에 대한 전략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신경제, 기능도시, 품격도시, 원안도시의 앞 글자를 딴 ‘신기품원 부안’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비롯해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거버넌스 조직으로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 설립을 제시하는 등 8개월여 간의 용역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어 전주대학교 정철모 교수를 좌장으로 한 4인의 전문가집단의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국토연구원의 이왕건 연구원은 용역회사의 계획안에 대해 “부안군이 재생되어야 할 자산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 대표선수가 없고 무엇을 재생할 것인지 방향성이 결여되어 있다”며 날선 지적을 내놨다. 더불어 “지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다거나 여론을 모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며 “주민과의 소통 없이 만들어진 계획서만으로는 승인받지도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부안만의 독특한 거리를 비롯해 이야기 등 스토리텔링도 보이지 않아 차별화도 없고 부각되는 것도 없다”며 “전략이 모호하면 실행도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주민과 의견이 맞지 않아 전략을 수정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자문위원 몇 명의 의견을 받아 계획하지 말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두 번째로 토론에 나선 우석대학교 조법종 교수는 역사문화의 전문가답게 부안에 숨어있는 역사를 재생자원으로 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이 사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어떤 것을 할 것인가, 그것이 차별성을 갖고 있는가”라며 용역결과를 두고 “개념은 잘 지시하고 있을지 몰라도 구체적인 내용면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전으로 내세운 ‘신기품원으로 가는 부안’이라는 슬로건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문구”라며 “부안을 나타내는 말 중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어사 박문수의 ‘생거부안’이라는 표현이다. 진천에서 쓰고 있는 ‘생거진천’은 기묘한 이야기를 근거로 만들어졌지만 ‘생거부안’은 역사적인 사실이 증명된 만큼 이를 이용해 ‘창신하는 생거부안’과 같은 슬로건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군청 주변으로 토성문화 유적이 남아 있고 동문, 남문, 서문에 당산이라는 신앙유적이 있으며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는 서외리 당간이 남아있어 불교와 토속신앙이 연결되는 마을지킴이 문화의 대표공간으로 손색없다”면서 “개암사 우금산성이 백제부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고려 상감청자를 만들어내는 최고의 명품자원과 함께 반계 유형원 선생에서 시작된 호남 실학의 출발지, 홍길동전의 허균과 이매창과의 연결자원을 살려 스토리텔링의 컨텐츠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로 도시재생 연구부터 현장까지 참여한 경력이 있는 광주대학교 김항집 교수는 “도시재생 전략계획은 용역회사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고 군민들이 주체가 되어 정해져야 한다. 용역사는 제안만을 내놓을 뿐이고 이것을 두고 군민들 간 토론과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농촌이 1차적 생산기지로 전락해 그간 생활편익이나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가 등한시돼 삶의 질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 사람을 불러 모으는 집객기능을 살려야 하고 지역의 문화와 관광, 역사와 생태 등 지역의 고유자산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청년들이 활동할 공간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떠나가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청년 참여를 유도해 활력을 갖게 하는 것도 재생사업의 일환인 만큼 재생사업에 청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마지막 발표에 나선 충남대학교의 김정연 교수는 “특정지역에 국한된 재생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상범위가 넓은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연계해 계획이 수립된다면 지역에 대한 깊숙한 고민이 보여 결정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며 “지방분권이 강화되면서 지자체장의 독단적 재원 사용을 막기 위해 주민들의 참여가 반드시 수반되는 방향으로 사업이 변화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민역량강화가 단순한 도시재생 전략계획 교육에 그쳐서는 안 되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켜 주민스스로 협력해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또는 협동조합을 조직해 일자리가 만들어 지는 선순환의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 같는 방향이 전략계획에도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너번스 구축을 위한 중간조직지원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의 ‘근자열 원자래’를 들어 “지역민이 행복하고 즐거운 도시재생이 이뤄지면 자연스레 사람도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토론을 정리하면 부안군이 추진하는 도시재생전략계획은 역량이 강화된 주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마을기업 같은 민간 단위의 움직임이 재생의 동력이 되어 행정과 주민을 잇는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지역 고유의 자원이 개발되는 스스로 재생하는 도시기반 마련 계획을 주문하고 있다. 이 같은 주문은 군민과 함께 행정이 재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차후 이어질 주민의견 수렴절차나 활성화 계획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어 주민들의 제안과 함께 질의응답이 오갔다. 향교를 이용해 청소년 인성교육의 장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제안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제시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으며 읍성 성문에 있던 청원루와 개풍루 등을 복원하자는 의견이 제안됐다.
이밖에도 낚시인을 위한 주차장 개설 요구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끝으로 2시간의 공청회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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