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얼굴들 제2회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조합장들이 당선증 교부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김종철 기자

하서농협·고창부안축협 2곳만 현직 낙선 ‘예상 밖’
계화농협·중앙농협, ‘불안’ 예상 뒤집고 현직 낙승
백미는 부안수협…동률득표로 연장자인 송광복 당선

‘흔히 말하는 ‘현직 프리미엄’은 신기루가 아니라 엄연한 장벽이었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장의 임기가 끝난 부안수협을 제외한 8개 조합 가운데 6개 조합에서 현직이 당선되고 단 2개의 조합만이 수장을 바꿨다. 그나마 소지역주의 양상을 보인 고창부안축협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부안지역만 놓고 보면 하서농협만 유일하게 현직이 낙마한 곳으로 기록됐다.
이 같은 결과는 사실 이변이라면 이변일 수도 있다.
애초 후보자가 6명이나 대거 출마해 혼전 양상을 보인 부안중앙농협이나, 3명의 후보자가 물고 물리면서 호각지세를 보였던 계화농협의 경우 현직의 당선을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 속을 더듬어 왔었다.
특히 중앙농협은 노조와의 갈등을 비롯해 각 후보 진영에서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또 계화농협은 이석훈 조합장 임기 내내 이사회와 갈등을 빚으며 조직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고전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신순식 조합장이 2위인 김종일 후보와의 표차를 344표로 벌리며 낙승했고, 이석훈 조합장도 2위인 김상만 후보에 190표차로 뿌리치고 완승해 현직 프리미엄을 실감케 했다.
반면 현직의 수성이 점쳐졌던 하서농협은 ‘변화’를 택했다. 선거 초반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던 김병호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김형식 조합장을 불과 63표 차이로 누르면서 신승했다. 조합원들 내부에서는 김 조합장이 실질적인 오너인 A업체와 조합 간의 농산물 거래가 불거진데다 조합원들과의 스킨쉽 부족 등을 패인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조합 이전부지 매입 건으로 잡음이 불거졌던 산림조합 역시 현직인 오세준 조합장이 172표차로 김영렬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현직의 벽을 실감케 했다.
당초 이사회에서 부지매입 문제가 드러났을 때만 해도 ‘선거의 달인’ 오 조합장이 이번에는 고배를 마시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까지 대두됐지만, 특유의 스킨쉽과 정치력으로 이를 돌파했다는 분석이다.

각 조합별 후보자별 득표수

부안농협은 김원철 조합장이 2위 류용걸 후보를 1,731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6선 고지에 올랐다. 부안농협 역시 선거 막판 조합원의 1인 시위 등 잡음이 없지 않았으나, 워낙에 김 조합장의 조직이 탄탄한 데다 고율의 배당과 장학금 지급 등 재임기간 동안 공을 들인 결과가 이번 선거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변산농협은 신왕철 조합장이 신예 김병식 후보를 407표 차로 누르고 완승을 거뒀다. 신 조합장 재임시 큰 공과 없이 무난하게 조합을 이끌어왔다는 평가와 함께 변산농협에도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 아니냐는 ‘변화론’이 대두되면서 한때 신예인 김병식 후보가 의외를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뚜껑을 연 결과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의 백미는 단연 부안수협이었다. 개표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개표 첫 단계인 투표지 분류 직후 참관인석에서 김종대 후보가 200여표 차이로 1위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 날아들 때까지만 해도 김 후보가 선거 이틀 전 사퇴한 이순복 후보의 후광을 업고 무난히 당선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계수에 들어가면서 엎치락뒤치락 드라마가 연출되기 시작했다. 송광복, 배중수, 김종대 후보가 1~3위를 부지런히 바꿔 앉으며 역전에 역전이 거듭됐다.
7시 20분 경 나온 1차 결과는 김종대 후보가 1258표를 얻어 1248표의 배중수 후보, 1249표의 송광복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재확인대상 표수는 무려 243표였다.
이어 재검표를 한 결과 송광복 1316표, 배중수 1315표, 김종대 1306표로 1위가 바뀌었다. 이에 배중수 후보 측이 재검표를 요청했고, 결국 송광복·배중수 후보가 1316표로 동률을 이뤘다. 선관위는 즉각 전체 투표지 수검표를 결정하고 일일이 확인했으나, 역시 1316표 동수로 나타남에 따라 연장자인 송광복 후보가 당선의 영광을 안게 됐다.
송 당선자로서는 비록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치열한 선거과정에서 분열된 조합원들 간의 갈등을 다독이고 흐트러진 조직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고창부안축협은 김대중 현 조합장이 불과 87표 차로 김사중 전 조합장에게 석패했다. 김 조합장이 재임기간 나름 조합의 발전과 축산인 복지에 신경을 썼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결국 선거 막판 불어 닥친 소지역주의의 바람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들 당선자들은 15일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교부받고 21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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