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상설시장의 역사는 길다.
사람이 살았다면 당연히 시장이 있었겠지만 부안 시장에 대한 첫 기록은 조선 영조 때 편찬된 동국문헌비고(1770년)에서 찾을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객사(현 군청자리)를 기준으로 2일, 7일에 열리는 윗장과 4일, 9일에 열리는 아랫장이 있었다. 인구가 늘고 상권이 확대되면서 윗장은 구시장으로 아랫장은 신시장으로 불렸고 이후 새마을운동 등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1973년에 67개동의 규모를 갖춘 지금의 상설시장이 들어서게 됐다.
부안상설시장을 들어가는 입구는 여러 곳이 있지만 옛말을 따라 제일청과가 있는 신시장 사거리 방면으로 들어가면 야채와 과일거리가 고객을 반긴다. 부안 농민들이 수확한 채소나 과일을 이곳에 경매로 내놓기 때문에 신선한 채소를 만날 수 있어 관내 식당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다. 이곳의 가게이름은 죄다 번호로 되어 있다. 34번, 77번 등 중개인 번호를 상호로 쓰고 있으며 심지어 0번 가게도 있다. 번호를 따라가다 3번 상회를 왼편으로 끼고 돌아서면 수산물 시장 입구가 보인다.
입구 우측으로는 시장에서 사온 물고기로 요리를 해주는 작은 규모의 식당들이 있고 그 앞에는 굴이나 조개 등 철마다 다른 수산물을 노점으로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멀리서 봐도 활기가 넘치는 이곳 수산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꼭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거나 일행이 있다면 아예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해둬야 한다. 갖은 생선에 한눈을 팔거나 조금이라도 사람이 붐빈다 싶으면 미아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훈훈한 덤과 놀라운 가격, 거기에 흥정하는 재미가 겹쳐져 말 그대로 ‘시장통’인 곳이 바로 수산시장이다.
서해안 칠산 앞바다에서 매일매일 올라오는 싱싱한 수산물이 넘쳐나는 부안 어시장은 인근 정읍, 김제에서도 찾는 이가 많다. 그만큼 물건이 좋다는 뜻이다.
동신, 엄벙한, 하서, 란이네, 대신, 자매수산 등 46개의 점포가 있으며 주변에 늘벗, 금강, 경희네, 갯벌, 형제, 변산식당 등 회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음식점만 해도 20곳을 넘는다.
수산시장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상서, 중앙, 한솔, 참좋은 고기 등 싱싱한 육고기를 파는 정육점을 만날 수 있다. 이어 각종 식품 및 다양한 잡화를 파는 황제, 자연, 갑을, 행안 상회들과 엄마손김치, 대길조미김 등 맛있는 반찬가게를 볼 수 있다.
얼마가지 않아 왼쪽으로 보이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머리고기와 국밥이 전문인 상서집과 대성집을 만날 수 있다. 직접 손질한 내장과 특유의 진한 국물로 부안에서는 맛 집이 된지 오래다.
미로 같은 골목을 헤매다 나오면 문화, 강현주, 부안, 백조 등 포목점을 만날 수 있다. 모두 다 바느질만 30년 해온 베테랑들이다. 포목점 가까이에 있는 몇몇 옷가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옷과 함께 신발, 장화 등을 살 수 있는 가게들이 있다. 시장 옷 가게의 유별난 특징은 탈의실이 옷과 옷 사이 어디엔가 숨겨져 있다는데 있다. 매장이 좁아서 그렇게 됐지만 한두 번 와서는 위치를 알 수 없다는 게 나름의 재미다. 또한 파격적인 색깔이 들어간 옷이 많아 잘만 골라잡으면 동네에서는 패션스타가 된다.
옷가게 주위로는 당연히 수선집이 자리 잡고 있다. 안 고쳐본 옷은 있어도 못 고쳐본 옷은 없다. 시장 골목 서남쪽방향으로 가면 팥죽집이 고객을 유혹한다. 풍년, 전주, 동진, 주산팥죽집은 부안 할머니들의 계모임 장소로 유명하다. 맛도 있지만 양도 많고 추억도 얻어가기 때문이다.
상인과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부안상설시장을 헤매다 보면, 새 신발에 새 옷을 기대하며 어머니와 함께 나섰던 어린 시절의 옛 시장 모습이 그려진다.
영국속담 중 시장은 최상의 정원이라는 말이 있다. 부안 경제의 젖줄인 부안상설시장은 200여개가 넘는 다양한 점포가 만들어 내는 향기와 아름다움이 차고 넘치는 만물 정원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