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테마거리 일대를 답사하며 최적의 소녀상 설치장소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부안평화의소녀상 대표단. 뒤로 시계탑이 보인다. 사진 / 우병길 기자

향후 추진위 공론화와 고문단 연석회의 통해 최종 결정
모금은 3월 21일 마감…후원자 명판도 제작해 세우기로
제막식은 임정수립일인 4월 11일에…‘군민 참여’ 부탁도

부안 평화의 소녀상 대표단회의(대표 신영근 외 12인)가 소녀상을 시계탑 인근 에너지테마거리 초입이나 군청 앞 소공원 중 한 곳에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표단은 지난 5일 오후 6시 회의를 열고, 시계탑부터 교육문화회관~군청 앞~에너지테마거리 등 추진위원회에서 잠정 결정된 설치 후보지를 직접 답사한 뒤, 작가의 의견 청취와 토론을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대표단은 이 곳이 일제 강점기 당시 징용자들이 집결해 끌려간 길인데다 근대문화유산이 아직 남아 있는 곳이라는 상징성에 무게를 뒀다고 밝혔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도심 정비사업으로 문화유적 보존과 공원지역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어 확장 가능성이 높고, 최근 유동 인구가 늘고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므로 접근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따라서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진취적인 자세의 소녀상이 이 곳에 세워지면 일제를 극복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단은 앞으로 추진위원회 단톡방에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기된 의견을 반영하고, 이어 행정과의 협력사항을 조율한 뒤, 오는 21일 대표단과 고문 연석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대표단은 이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현장설명회도 가진다는 방침이다.
대표단은 또 후원자 명단을 새긴 명판(동판)을 제작해 소녀상 주위에 세우기로 의결했다.
이들은 당초 후원자 명판을 따로 제작하지 않기로 했으나, 군민들의 정성을 공개적으로 남겨 후원자들이 오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거나 후세에 귀감으로 삼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안 평화의 소녀상 모금이 온전히 부안 군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져 의미가 남다르다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대표단도 방향을 틀게 됐다.
타 지자체의 사례를 보면, 대체로 추진위가 해당 지역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 농·수·축협 등 금융기관, 지역 유지 등을 방문해 뭉텅이 돈을 기부 받는 방식으로 모금이 진행됐다.
반면, 부안은 군민 개인이 십시일반 참여한 성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부안독립신문사로 현금을 들고 직접 찾아오는 분들부터 추진위 계좌번호를 문의하는 일반 군민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건씩 이어지고 있다.
반면 현재까지 부안 관내 기업이 법인 이름으로 낸 성금은 단 1건도 없다. 기업대표가 개인 명의로 낸 성금이 3~4건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추진위 위원은 “(기업들이) 나누미근농장학금이나 관변행사는 꼬박꼬박 후원하면서 시민사회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외”라며 “의회를 비롯해 군민들이 관내 기업에 일감을 밀어줘야한다고 늘 주장하는데 정작 기업은 자기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표단은 또 제막식을 최근 국가기념일로 확정된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일에 맞춰 소녀상 설치장소에서 거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표단과 추진위는 군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세부적인 홍보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대표단은 아울러 모금이 순조롭게 이뤄진 결과 소녀상 제작비를 비롯해 홍보비, 제막식 비용 등 제비용을 충당할 액수에 도달했다고 보고, 오는 21일을 기해 모금을 공식 종료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날까지 성금을 낸 이들의 명단을 정리해 명판 제작에 반영할 계획이다. 참고로 지난 6일 기준 모금액은 7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소녀상 설치와 제막식이 모두 끝난 뒤 평가회의를 개최해 모금액과 제비용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고하는 한편, 전 과정에 대한 복기를 통해 애초 기대했던 공동체 복원 등 부안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또 그 동안 축적된 회의록과 사진 자료, 군민과 학생들의 기고문 등을 종합해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 백서에는 성금을 낸 군민 명단도 포함된다.
추진위 사무국을 이끌고 있는 유재흠 국장은 “오로지 군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여기까지 왔다는데 대한 자부심이 크다”면서 “제막식에도 많은 군민들이 참여해 역사 바로 세우기는 물론 부안이 행동하는 시민들에 의해 운영되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군민의 참여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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