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양할미 바다지킴이, 변산신령산들지킴이님을 모시고 발원하나이다.

의상봉 굽어 살피고 개양할미 품어주어
생명기운 넘치는 해창갯벌 있었으니
지렁이는 땅을 파고 농발게도 땅을 파고
칠산바다 물고기는 알을 낳고
갈매기도 알을 낳고
도요새는 쉬어가고
어부들은 그물치고
아낙네는 바지락 캐고
축복받은 이곳에
생거부안 이곳에
삼팔선에 철조망 치듯
원수들과 담을 쌓듯
유구한 세월 드나들던 바닷물 끊어 놓았으니
바다가 그대로 공장인데
갯벌이 그대로 논밭인데
바다를 가로막아 공장을 없애 버렸으니
갯벌을 메워 논밭을 갈아엎었으니
천대만대 살아온 생명들을 죽여 놓았으니
물고기도 떠나가고
새들도 떠나가고
사람들도 떠나가고
잡초들은 무성하고
흙먼지는 흩날리니
개양할미바다지킴이, 변산신령산들지킴이님이시여!
바라옵건대
부디 부끄러움을 깨닫게 해 주옵소서
우리의 눈을 뜨게 해 주시옵고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해 주시옵고
우리의 입을 열게 해 주옵소서
우리의 발걸음을 내 딛게 해 주시옵고
우리의 손을 잡게 해 주시옵고
기억하고 또 기억하게 해 주옵소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내 이웃을 받들어 모시며
뭇 생명들에 경외심을 갖고 살게 해 주옵소서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에
흙먼지 흩날리는 이곳에
잡초가 우거져 가는 이곳에
고깃배들의 뱃고동이 다시 울려 퍼지고
바지락 캐는 아낙네들의 수다 소리가 요란하도록
수많은 뭇 생명들이 본래의 모습대로 살아가고
방방곡곡 어른과 아이들이 경외심을 갖고 찾아오도록
수천수만년 본래대로
다시금 바닷물이 드나들고
자손만대 길이길이 이어지도록
굽어 살피고 또 살펴 주옵소서.

여기 해창갯벌을 사랑하고 추억하는 이들이 모여
개양할미 바다지킴이, 변산신령산들지킴이님을 모시고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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