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가는 요맘때면 잡초와 해충을 없애고 거름도 만들 수 있다며 논둑에 불을 놓는 경우가 많다. 병충해 방제와 제초작업을 한 번에 할 수 있어 예전부터 이어져 온 방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봄철 논밭두렁 태우기가 방제 효과보다는 그로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논·밭두렁 소각 후 환경 조사 결과 월동 해충은 11% 감소한 데 비해 거미 등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은 89%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볏잎을 갉아먹는 벼물바구미 같은 월동 병해충은 주로 땅속에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논·밭두렁 태우기의 효과가 없고, 오히려 유익한 곤충이 죽어 천적이 감소하므로 병해충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불 탄 곳의 작은 생태계가 복원되는 데에도 두 달 이상 걸려 오히려 농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화재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산불은 연평균 394회 발생했고, 피해 금액은 111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봄철인 3~5월에 발생한 산불이 232건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요일별로는 일요일이 17%, 토요일이 16%로 공휴일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봄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기후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3~5월의 연 평균 강수량은 5~7%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로 건조 일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산불 발생 건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옛말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속담에 맞는 형국이 이루어질 법도 하다. 실화가 화재로 확대되어 귀중한 산림자원과 인명을 잃지 않도록 시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