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사립법, 사적 자치나 자유민주주의와 충돌하지 않아

지난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논란이 많았던 사립학교법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사학법의 핵심은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이다.

이는 사립학교 재단이사진 가운데 일정 비율을 학교운영위원회(초·중·고의 경우) 또는 대학평위원회(대학의 경우)가 추천하여 선임하는 제도이다. 사학재단 전체 이사는 7명 이상을 두게 되어 있고, 이 중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는 이사의 비율을 4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사 정수가 7명인 경우 2명의 이사를 해당 학교의 교사 또는 학부모로 충원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학재단의 인사권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 위해서 개방형 이사의 추천은 2배수로 하고, 이사회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의 사학법 개정법률안을 놓고 그 동안 사학재단과 사학재단을 둔 종교단체들은 격렬하게 입법저지 운동을 펼쳐왔고, 우리 사회 보수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은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결국 국회본회의에서 한나라당과의 몸싸움을 치루면서 열린우리당과 군소야당의 부분적 공조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한나라당과 사학재단들의 반발은 시간이 흐르면서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국회의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고, 사학재단들은 폐교도 불사한다는 강경선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학법은 위헌이라고 말하면서 그 논거로 “사적 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대한 정면도전??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사학법 무효투쟁을 벌이고 있는 세력들은 사적 자치와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곡해하고 있다. 오늘날의 사적 자치는 국민의 삶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허용한다.

실제로 헌법은 국민의 생활영역, 구체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의 국가적 개입을 허용하고 있다. 경제생활 영역에 대하여 보기로 하자. 헌법 제119조 제1항은 시장경제질서를 경제질서의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제119조 제2항은 분배의 불평등, 자원의 중복·과잉투자, 불공정한 시장의 지배 등 시장경제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렇듯 개인의 사적 영역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내밀한 영역이 아닌 한 모두 국가개입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보수 기득권 세력이 툭하면 들고 나오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인 자유와 평등 역시 모든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예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그 설립자나 경영자의 인격과는 별개로 그 자체가 하나의 인격체이다. 그 인격체 속에는 학생, 교사, 직원 등 수 많은 인격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립학교 경영의 민주성, 투명성, 건전성을 감독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의무이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사적 자치나 자유민주주의와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충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립학교 경영자들이 세습적으로 누려왔던 불법적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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