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할 정도로 훼손된 옛 무송병원, 현재 소유권은 부안군이 갖고 있으나ㅣ 수년 동안 아무런 관리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사진 / 우병길 기자

 

기왓장 떨어져 나가고 문 부서져…외관 훼손 심각
군민 일각 “근대 건축물·지역사 관점 보존가치 높아”

부안 최초의 보건소였던 옛 무송병원 자리에 부안군이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내놓자 이 건축물의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부안군은 현재 부안군청 앞 일대에 ‘자연에너지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전라북도에 지역개발계획 승인을 요청한 상태로, 승인이 떨어지면 공원부지 내 주택을 수용하고 실시설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원은 군청 앞 옛 금융조합 건물부터 서림지구대 뒤편까지 19,707㎡ 면적의 광범위한 규모로, 무송병원도 공원부지 내에 속해 있다.
무송병원은 1910년대 초에 건축된 일본식 건축물로, 해방 후 이 적산 가옥에 고창 의사 김영묵이 병원을 열고 영업을 하다가 1962년부터 부안군 보건소로 사용됐다. 당시 모자보건사업, 가족계획사업, 결핵관리 사업 등 보건사업의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현재는 관리가 안 돼 기왓장이 떨어져 나가고 문이 부서지는 등 외관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지붕은 비닐로 아무렇게나 덮여 있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따라서 문화유산 등록도 불가능하다는 게 부안군의 설명이다. 현재 이 건물의 소유권은 부안군청이 갖고 있다.

부안군청이 매수하기 전 그나마 관리가 되던 시기의 무송병원 모습.

반면 이 건물의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근대 건축물로서, 또 지역사적 관점에서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지은 지 100년이 넘어 일제감정기 당시 근대 건축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다, 부안군 최초의 보건소로, 또 한국전쟁 때 많은 부상병들이 이 곳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증언 등으로 미루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수년 전 부안군이 군청 앞 옛 금융조합 건물을 옮기려다 문화재청의 불허로 좌절된 적이 있는데, 최근 이 건물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역사관으로 활용하게 됐다는 점에서 무송병원도 제대로 복원만 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역사관과 함께 연계해 특별전시관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금융조합에서 무송병원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잘 단장해 관광코스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안군은 전문가를 통해 자문을 받은 결과, 이 건물의 설계부터 복원까지 대략 10억 원이라는 거액이 소요된다며 복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대로 하려면 일본 건축가를 데려와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존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일본에서 공부한 건축가도 있고, 군산이나 목포의 군대문화유산 복원사업처럼 경우처럼 국내에도 복원 전문가가 얼마든지 있다고 반박한다.
일부에서는 ‘부안군 향토문화재 보호 조례’에 의거해 향토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005년 제정돼 시행 중인 부안군 향토문화재 보호 조례는 제2조에 ▲‘문화재보호법’ 및 ‘전라북도지정문화재 보호조례’ 규정에 의거 지정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향토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자료 ▲향토문화 자료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 등을 향토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부안군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무송병원 보존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한 향토사학자는 “문화유산은 한번 없애면 다시 지을 수 없는 정말 소중한 것인데 부안읍성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 마저 부숴버리고 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개탄하며 “부안군은 지금이라도 금융조합처럼 깨끗하게 수리하고 복원해서 잘 활용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보존할 것인지 철거할 것인지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실시설계 과정에서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서둘러 결정할 생각은 없다.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면 공청회까지 열어 군민들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연에너지파크 내에 있는 건축물 가운데 곧 역사관으로 개관할 금융조합 건물과 옛 군수관저(현 공무직노조 사무실), 일본식 정원이 딸린 ‘소우’ 식당, 서림지구대 건물 등 4곳은 존치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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