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이 추진 중인 야구장 위치도 사진 / 부안군 제공

부안야구협회, 5개 팀에 100여 명이 활동 중
군민 “체육복지 때문이면 골프장도 만들어야”
그 돈이면 고교 석식 19년, 경로당 안마의자 2천대 지원
동부권농기계임대센터는 땅값 비싸 아직도 ‘터덕’

부안군이 난데없이 46억짜리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군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부안군은 지난 18일 열린 제2차 부안군의회 의원간담회에 부안읍 봉덕리 880-1번지 일원에 축구장 크기의 2배가 넘는 29,580.4㎡(8,900평) 면적의 사회인 야구장을 2020년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총 사업비는 46억 2500만원이며, 이 중 토지매입비가 21억 원, 시설비는 25억에 달한다. 전액 군비다.
부안군체육회의에 따르면, 부안군에는 현재 5개의 사회야구팀에 100여명의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나마 등록숫자에 그칠 뿐 실제 선수로 활동하는 인원은 이에 못 치친다는 게 체육인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부안에는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이미 2곳이나 있다. 하나는 계화도 동쪽 공원 내에 있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파크 다목적 보조경기장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구협회 관계자는 “계화도 야구장은 거리가 멀고 환경이 열악해 부상의 위험이 있어 사용을 하고 있지 않으며, 스포츠파크 야구장은 축구장과 겸용으로 사용하는 탓에 축구 경기와 중복 우려가 있고 철골조로 제작된 이동식 투수 마운드가 불편해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사회야구단이 작년 한해 스포츠파크 야구장을 이용한 횟수는 불과 7회에 그친다. 시설 부족 탓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적인 시설이 건립된다한들 시간이 없는 사회인들로 구성된 팀이라는 제약 때문에 사용횟수가 획기적으로 늘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체육인들의 귀뜸이다.
그럼에도 부안군은 이 같은 불편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으로 야구와 축구를 겸용으로 쓰고 있는 현재의 다목적구장을 축구전용구장으로 사용하고 새로운 부지를 매입해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며 사업추진배경에 명시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업은 불과 3개월 전인 작년 11월에 야구협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12월에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두 달 만에 초스피드로 확정되면서 다양한 의견 수렴 시간도, 소통의 노력도 부족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야구장 건립은 부안군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른 사업들과 비교 대상이 되면서 사업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동부권농기계임대센터 건립을 들 수 있다.
동진, 백산, 부안읍, 주산 등 동부권에 거주하는 많은 농민들이 조속한 건립을 희망하고 있는 임대센터는 부지도 확보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고, 인사발령으로 새롭게 자리한 부안군 담당자는 “계속해서 알아보고 있다”는 도돌이표 답변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임대센터 예정지로 선정된 바 있는 토지의 매입가가 평당 15만원을 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야구장 건립부지 매입가를 9만원 높은 평당 24만 원선으로 결정한 것 역시 부안군이 어떤 사업을 우선시 하고 있는가에 대한 가늠자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거액의 군비로 야구장 건립을 계획하면서 정작 농민을 위한 농기계임대센터 사업비에는 인색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세수가 300억원에 불과해 공무원 급여도 충당하지 못하는 우리 군 살림에 46억이라는 거금을 이렇게 쉽게 지출한다는 데 대한 비판도 거세다.
부안군이 연초방문 등에서 빠지지 않고 홍보하는 정책 중 하나인 고등학교 석식무상급식 사업은 올해부터 전체 석식비 중 30%인 2억 4300만원을 군비로 지원해 부안 관내 전교생에게 저녁밥을 제공한다. 46억을 단순 계산하면 약 19년 동안 석식비 지원이 가능하다.
또 벼 재배농가 전체에 비용 절감효과를 주는 벼 육묘상토대 지원은 8년간 가능하며, 소상공인 및 청년창업자 100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경로당 안마의자는 2천여 대를 구입할 수 있다. 사업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무형의 가치를 금액으로 단순 계산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더라도 야구장 건립은 가성비, 필요성, 혜택 인구 등을 고려할 때 과해도 너무 과했다는 게 여론의 기류다.
그럼에도 부안군 관계자는 “거주민에게 보다 나은 정주여건을 제공하고 체육 복지를 위해서는 야구장 건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골프를 즐기는 군민을 위해서라면 골프장을 건립해야 하고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동호회를 위해서는 스키장도 만들어야 한다는 비약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한 군민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얼마나 자주 야구를 하기에 그렇게 큰돈을 들여 야구장을 짓느냐”고 반문하며 “청소년이나 노인, 농민이나 체육인 등 계층별 분야별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 돈이면 부안사람 대부분이 바라고 해결되길 바라는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요컨대 각종 조형물 등으로 혈세가 낭비됐던 과거를 익히 기억하고 있는 군민들은 최근 민선7기 권익현호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 방향에 부쩍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부안군사회인야구장 건립사업은 의회의 공유재산 관리계획 승인과 추경예산 편성 등 몇 가지의 절차를 거친 후 올해 안에 토지협의매수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실시설계용역을 거쳐 6월에 착공, 12월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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