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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문화의 밥과꽃83-부안 동초등학교 역사에 대한 기억 몇 가지

동아일보 1937년 8월 10일자에 부안에서 국방헌금을 낸 한국인 3명과 일본인 2명을 소개하는데 각자 1천 원 씩을 냈다고 기사에 나온다. 일본인 중 한명이 당시 부안에서 최고부자라는 카와노나가히사(川野長久)이다. 카와노는 큰 농장을 경영하는 지주였다. 카와노의 동생 카와노스미오(川野證生)는 부안에서 소화극장(지금의 설악칡냉면 자리)을 세워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카와노히로쓰미(川野弘濟)로 부안양조장을 경영하였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이들 3형제가 먹거리와 문화 등 돈이 될 만한 노른자위를 독점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카와노의 사위가 부안읍장을 했으니 이들 집안이 부안 정·제계의 큰 손이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카와노(川野長久)가 살았던 곳이 현재의 부안교육문화회관(옛동초등학교) 자리이다. 그는 부안의 최고 부자답게 당시로서는 테라스까지 갖추고 살았다고 한다. 8.15 해방 후 카와노의 집에서는 많은 도자기가 나와 이것이 부안중학교에 넘겨져 교무실에 진열되어 있었는데 6.25 이후 대부분이 산실되었다고 한다.(김형주 증언) 이러한 물건은 적의 재산이라 하여 적산(敵産)이라 불렀다. 그 집에서 나온 피아노는 당시로서는 보기도 어려운 귀한 물건이었는데 교회로 갔다가 부안초등학교로 옮겨갔다는 얘기를 듣는다.(심길동 증언)
부안동초등학교는 1953년 6월1일에 개교하여 카와노의 집자리에서 학교를 시작한다. 카와노의 창고를 개조하여 교실을 6칸을 만들었고 부안초등학교에서 6개 반을 데려와서 시작했다.(한 학년에 한반씩) 그러고 보면 1954년도에 입학한 학생들이 정식입학생이고 이들이 7회 졸업생이다. 이 사실은 7회 졸업생이며 목포당을 운영했던 최종욱의 증언이다.
현재 보는 사진은 카와노의 집으로 추정되며 1957년에 촬영했다. 이곳이 해방 후에는 교육청으로 쓰였다가 교육청이 옮겨가면서 교실로 만들어 사용했다. 운동장도 제대로 없어서 사진에서 보는 집 앞에 100평 정도의 땅에서 조회를 했다. 그러다 보니 운동장이 좁아서 잘 뛰는 학생들이 세게 달리면 논에 빠질 정도였다고 한다. 집 앞은 대부분 수렁논이었다. 선은동의 독립운동가 이승호는 학교에 땅을 희사해서 동초등학교 학생들은 비로소 맘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갖게 되었다.
6~70년대 학교운동장에서는 공보영화가 상영되었다. 영화보기도 쉽지 않은 때라서 면단위에서까지 걸어와서 운동장에서 밤에 상영되는 영화를 보곤 했다. 초등학교 운동장은 정치와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선거 때 후보들의 유세장소로 쓰였기 때문이다. 유명한 유세로는 1971년이다. 4월 22일 3시에 신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씨가 부안을 찾았고, 5월 18일 오후 6시에는 국회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유세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인 것으로 사람들은 기억한다. 필자도 학생 때였는데, 유세를 본 어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젊은 김대중씨가 패기 있게 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새카맣고 입이 쫙 찢어졌다는 인상비평을 들은 기억도 있다.
이제 부안동초등학교는 2023년이면 개교 70주년이 된다. 개교 70주년에 동초등학교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면 어떨까하는 조심스런 제안을 한다. 지역으로부터 많은 사랑으로 성장한 학교가 지역에 무엇인가 돌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즈음에는 증언할 사람도 아직 있고 사진도 많이 남아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100주년이 되는데, 그때서야 기록하기에는 너무 늦고 기억도 희미해진다.
지역학교는 지역과 함께 숨 쉬며 성장했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중심이며 희망이었다. 가난하고 못 배운 부모 세대는 오로지 자녀들의 배움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 학교에 땅을 기부하고 재능을 기부하고 마음을 보탠 저들의 열정을 후세인들이 담아서 기억하는 것은, 잊어서는 안 될 아름다운 ‘지역의 역사’이다.

정재철  jjc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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