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안상설시장 상인회는 설 명절을 맞아 떡국 나눔 행사를 열었다.
올해가 2019년이니 2019그릇의 떡국을 준비해 한 그릇에 한 살씩 2019살을 나눠주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전통시장에서 수입산 한우를 쓴다는 것이 말이 돼” 상인회 남정수 회장은 한우 뼈를 고아 국물을 만들고 고명으로 얹는 고기도 한우를 썼다며 떡국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저기 저 양반이 여그서 떡국 먹고 가라고 혀서 들렸어”
남 회장을 가리키며 기다랗게 늘어선 떡국 행렬에 들어선 보안면 하립석리에 사는 허복례 할머니는 자칭 전통시장 거래 15년의 주객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장보러 왔다는 시장 주객 허 할머니의 손은 빈손이다.
“시장사람들 내 얼굴 모르는 사람이 없어” 할머니가 가리키는 옷가게 한쪽에 수북이 쌓인 검은 봉투가 오늘 장을 본 물건들이다.
이 집도 알고 저 집도 다 알고 해서 다른 곳에 볼 일 있으면 짐도 맡기고, 지나다 필요한 것이 생각나면 돈 없이 가져갔다 갚기도 한단다. 하지만 아는 체 하는 것이 귀찮을 때는 몰래 왔다가 몰래 사가기도 한다는 허 할머니는 자신의 차례에 떡국 한 그릇을 받아 들고 옷가게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잘 익은 김치를 얹어 가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깨끗이 비운 할머니는 “시장상인들이 돈을 모아서 이렇게 떡국을 나눠주는 것이 참 좋은 일이다”고 칭찬한다. 이어 “내가 예전에는 못 먹고 못 살았는데 주위의 도움으로 이제는 살만큼 살게 되었다”며 “베푼 만큼 돌아오니 시장사람들 모두에게 복으로 돌아 올 것이다”며 감사의 덕담을 끝으로 정육점으로 향한다.
웃음소리가 나오는 곳을 찾아 만난 부안읍 작은 모산에 사는 김미양 아주머니는 떡국이 맛있다며 벌써 2그릇째 먹고 있다고 한다. 떡국 준다는 말을 듣고 행사장을 찾은 그녀는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목욕탕에 갈 예정이라고 한다.
맞은편에서 김치도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상서 동림마을에서 온 아주머니는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다. 살기 좋고 인심이 좋으며 자연환경이 좋아 귀농인 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시장에서 파는 양념게장이 맛있다고 해서 먹을 만큼 살 계획으로 나왔지만 아무래도 엊그제 산 돼지갈비가 좀 모자랄 듯싶어 두어 근 더 살 요량이란다. 장을 본 후 수예점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 4시 차로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떡국행렬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기자도 자주 찾는 시장 안 동진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순화 씨다. 본인 가게에서 점심장사를 하고 있어야 할 그녀는 “식당 문 닫고 왔지요, 시장상인들이 하나, 둘 나와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저도 힘을 보테야죠”라고 말한다.
더불어 “떡국이 워낙 맛있기도 하지만 남편의 정성도 맛을 보려구요”라며 떡국요리 주방보조원으로 힘을 쓰고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 그녀의 남편은 시장상인회 이사다.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떡국을 야무지게 먹고 있는 어린이는 부안동초등학교 5학년인 홍라현 학생이다. “맛있니”라는 질문에 “엄마가 해준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라며 옆에서 잘 먹고 있는 엄마를 당황시킨다. “얼른 먹고 학원가”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옆 테이블에 있는 쟁갈마을에서 온 고창화 주부로 인터뷰를 넘긴다. 그녀는 어제 5만 원 이상 물건을 구입하고 상설시장 로고가 새겨진 장바구니를 사은품으로 받았다며 떡국에 사은품에 시장이 고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격려했다.
이번 떡국나눔행사에서 정확히 2019 그릇의 떡국이 나눠졌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상인들의 마음은 아마도 최소 2019명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부안 사람들 모두가 전통시장의 주객이 되고 부안을 찾은 사람들 모두가 즐거움을 얻어가는 전통시장이 되는 날을 새해 첫날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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