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과 고창군이 다투고 있는 해상 경계도 (빨간색선은 고창군 주장, 파란색선는 부안군 주장, 녹색선은 기존 경계) 그래픽 / 김종철 기자

부안군, 위도 바다 1500년간 위도 주민 삶의 터전
고창군, 곰소만 갯벌은 고창으로부터 시작돼 주장
해상풍력단지 개발이익에 눈먼 소송 의견도 나와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의 대심판정에서는 2019년 첫 변론 사건이 열렸다.
이 날의 주된 사건은 부안과 고창간의 해상경계에 대한 권한 쟁의 사건으로 장장 3시간 30분을 넘어서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 사건의 발생 원인은 위도 남동쪽 바다에 들어선 해상풍력단지를 들 수 있다.
정부는 2010년 해상풍력발전단지 종합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할 ㈜한국해상풍력을 2012년에 설립한다. 이후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건설사업’을 위한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고시를 발표한다.
이때 사업구역의 위치는 ‘전북 부안군 및 고창군 해역 일원’으로 하고 풍력발전소의 위치를 ‘부안군 소재 공유수면’으로 기재하게 되면서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부안군은 절차에 따라 ㈜한해풍의 사업위치에 관한 공유수면 점·사용 신고 수리와 공유수면 점·사용료 부과를 하게 되고 고창군은 풍력단지를 포함한 위도 남쪽 바다 전체가 고창군 관할임에도 권한 없는 부안군이 신고를 수리하고 사용료를 부과했다며 ‘2016헌라8’ 권한쟁의 심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고창군 해역일원’ 또는 소유자 없는 ‘공유수면’이라는 정부의 고시는 지자체간의 다툼을 야기했고 수백 년간 부안바다였던 위도 앞바다는 분쟁해역이 됐다.
부안군은 대응 방법으로 맞불작전을 선택한다.
다름 아닌 고창에 치우친 곰소만 해역에 대한 권한을 만조 시 육지와 육지 사이의 거리에 비례해 분할하자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내죽도를 포함한 부안에 더 가까운 곰소만 바다는 부안군 권한 지역으로서 고창군이 자신의 바다라며 어업면허 처분한 행위도 권한 없는 행위라는 ‘2018헌라2’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장 유남석 대법관을 비롯한 9명의 대법관이 재판에 앞서 자리를 정돈하고 있다. / 사진 김종철 기자

 

재판장을 찾은 권익현 부안군수와 부안군의회 의원들 모습 / 사진 김종철 기자

재판 전 권익현 부안군수를 비롯한 부안군의회 의원 전원과 공무원, 어촌계회원, 부안수협 임직원 등 바다와 함께 생사를 같이해 온 50여 명의 부안군민들이 재판장을 메웠다.
고창군 또한 유기상 고창군수를 포함한 다수의 관계자와 군민이 참석해 재판에 대한 관심도를 보였다.

오후 2시, 헌법재판소장인 유남석 대법관을 비롯한 서기석 대법관과 함께 총 9명의 대법관이 대심판정에 들어서며 재판이 시작됐다.
부안군의 복대리인 법무법인 오라클과 고창군 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를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확인한 후 두 사건의 당사자가 중첩되고 중요쟁점이 공통되므로 2018년 12월 26일자로 병합했다는 병합 사유를 밝히는 재판장의 말이 이어졌다.
이어 두 법률대리인은 모두 변론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먼저 변론에 나선 고창군은 해상풍력 실증단지가 고창군 육지 앞에 놓여 있으며 구시포항까지는 10.26km 떨어져있는 반면 부안 궁항까지는 18.78km가 떨여져 있어 고창에 더욱 가깝게 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더불어 현재의 해상경계 상 고창군 앞이 막혀있으므로 형평성의 원칙의 의한 등거리선 기준으로 분할해 고창에서 바라다 보이는 위도 남쪽 해역에 대한 권한을 주장했다.
곰소만에 대해서는 고창에서 걸어서 또는 트랙터 등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갯벌은 고창의 육지로부터 시작된 것으로서 간조 시 볼 수 있는 죽도 주변을  포함한 갯골까지의 지역이 고창 관할이라며 부안군의 주장에 반박했다. 더불어 곰소만 소송은 위도해역에 대한 방어적인 수단으로 제기된 소송에 그친다며 각자의 앞바다를 각자가 관할해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반박과 함께 변론에 나선 부안군은 먼저 위도 해역 소송이 2가지 측면에서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첫째는 해상풍력단지에 대한 점용 허가 등은 통상자원부의 전원개발사업계획에 따라 의제처리된 것이지 부안군이 따로 처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근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두 번째는 이에 대한 청구가 사유를 안 날로부터 60일 지나서 제기 되었기 때문에 신청기간을 도과한 청구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상 부적합을 이유로 모두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후, 만일 적합하다 하더라도 소송의 원인이 없다는 변론을 이어갔다.
지난 50년 이상 각종 인허가를 비롯한 어업 지도단속 등 행정권한을 부안군이 단독으로 행사해 왔기 때문에 행정관습법이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그간 부안군이 권한을 행사할 때 고창군이 어떠한 이의제기를 한 적이 한번도 없음을 대표적 근거로 들었다.
또한 조선시대 비변사부터 작성돼 온 각종 지도를 통해 알 수 있듯 위도는 1500년 이상 부안군 소속으로서 그 주변 바다를 포함해 위도 주민의 삶의 터전으로 이용돼 왔기에 정부에서 관리해 온 국가기본도상 현재의 경계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어업현황을 제시하고 보유어선은 부안군이 고창군에 비해 5배이상 많고 톤수로는 8배, 어항수도 8배, 어업허가건수는 5배, 어업종사인원은 2100여명이 많은 점을 부각시켰다.
곰소만에 대해서는 갯벌경계가 논쟁의 중심이 아니라 해상경계가 주된 사안이므로 기존에 헌재가 제시한 새로운 경계획정에 따라 물이 차오른 고조면을 기준으로 등거리중간선을 적용해 획정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이 지역을 마치 고창군에서만 어업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부안군민도 갯벌을 이용한 어업과 낚시 어선 등 오랫동안 어업행위를 하고 있다고 반박을 섞었다.
더불어 고창군의 위도해역을 두고 등거리중간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드시 본토를 기준으로 중간선을 획정하는 것이 아니고 부안군의 형제섬과 고창군의 쌍여도가 마주한 중간선에 이미 경계가 획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행 경계는 유지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치열한 쌍방의 모두 변론이 있은 후 증인심문 절차가 진행됐다.
고창군의 증인은 고창수협의 상임이사로 재직중인 김 아무개씨가 답변자로 나섰고 부안군은 해상경계TF팀을 이끌고 있는 송정환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먼저 고창군측 증인이 선서를 마치고 증인대에 올랐다. 고창군 측 변호인은 고창군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내용을 증인에게 물었고 부안군 측 변호인은 고창군 주장의 허점을 찾아 증인에게 반대심문을 펼쳤다. 수십개의 심문사항과 반대심문은 1시간을 넘겨 진행됐다.
한 가지 특이할 점은 고창군 증인의 심문이 마무리되기 전 재판관의 추가 질문 때, 서기석 대법관이 곰소만 간조 시 갯벌이 들어나면 줄포쪽에서 갯벌을 통해 고창으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이 맞는지를 물었다. 증인은 다닐 수 없다고 답변했지만 서 대법관은 고창군의 소송서류나 자료에 갯벌로 연결돼 있다고 되어 있음에도 다닐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증인석에 오른 부안군청 송 팀장은 다년간 수산관련 업무를 해 온 공무원으로서 부안군 변호인의 질문에 전문성이 있는 답변으로 부안군 주장에 힘을 실었으며 고창군 변호사의 반대심문을 포함해 고창측 증인과 같은 1시간 가량을 증인심문에 응했다.
증인 심문이 끝나갈 무렵 조용호 대법관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의 마지막에 조 대법관은 “이 분쟁의 본질이라는 것이 어업면허랄지 인허가 및 어장관리에 대한 다툼입니까 해상풍력발전 점용료 다툼입니까”라고 증인에게 물었다.
송 증인은 “근본적으로 해상풍력단지 개발로 인한 이익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제기된 것으로 본다”고 답변해 지나친 욕심에 눈먼 지자체 간의 다툼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후 각 변호인들의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3시간 30분이 넘는 변론이 마무리 됐다. 재판장을 찾아 방청한 부안군민들이 부안행 버스에 오른 시간은 오후 6시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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