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수 사탕에 인간적인 분노와 수치심

“후손들 살려면 우리가 죽어야 혀.” 반핵투쟁에 열심인 격포 할머니들의 목소리다.
싸움에 동참하고 있는 군민이라면 대부분 ‘고생하는 우리 할매들’을 치켜 세운다. 단순한 예의 차리기가 아니다. 주산면 반핵대책위 이종일씨는 “할머니들 아니면 우리는 꼬꾸라진다”며 할머니들의 견인차 역할에 대해 명쾌하게 밝혔다. 목요 촛불집회 사회로 할머니들과 잘 통한다는 평을 듣는 김희정씨 역시 “제일 끈질긴 분들이죠. (집에) 가래도 안가요. 하하하”라며 할머니들의 끈기를 재치있게 설명했다. 할머니들이 그의 팬이라기보다는 그가 할머니들의 팬인 듯 싶다. 그렇다면 이런 할머니들의 반핵투혼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앞선 격포 할머니들의 표현대로 ‘내릿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게 주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지난 10월4일 상경투쟁 당시 최고령 삼보일배단원으로 관심을 모은 주산면 신천리 이금순 할머니는 “우리야 얼마 안 남았으니 그만이지만 2세들 생각하면 (핵폐기장) 절대 못들어오게 해야 해”라며 싸움에 동참하는 이유를 밝혔다. 격포의 김석래 할머니는 “손자들 때문이라도 집회에 악착같이 나간다. 여기는 관광지라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많이 사는데 우리가 나서서 걔네들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핵폐기장 싸움’을 단순한 ‘내 자식 위하기’라고 이해한다면 오판일 것이다. 곽양순 할머니는 “부안이 얼마나 좋은 땅인데...사람들 다 착하고 인심도 좋고 또 이 만큼 아름다운 곳이 어디 있어?”라며 “여기엔 절대 못들어서!”라고 단호히 못박았다.
이와 같이 할머니들 특유의 모성과 애향심이 질기디 질긴 반핵싸움의 원동력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작년 7월 싸움의 시작부터 올해 주민투표 이전까지 지속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때문이다. ‘방패 날 세워 찍기’, ‘아무나 잡아가기’, ‘모여 있으면 때려놓고 보기’ 등 잔인한 공권력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할머니들은 “우리는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운다. 다치기도 얼마나 다쳤는데...하지만 이젠 전경들도 안무섭다”며 젊은이들 앞에 나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보호하게 됐다. ‘모두 다 무고한 피해자’라는 생각이 내 자식 남 자식을 가리지 않게 만들었던 셈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김종규 현 군수에 대한 ‘배신감’이다. “처음에 선거 떨어지고 나서 4년동안이나 ‘정’을 주었어. 장화 신고 논에 들어와 손 꼭 잡으며 사탕 주고 요구르트 주는데 안 넘어갈 사람 어디 있었겠어?”
하지만 할머니들은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덮석 받아 넘긴 그 ‘사탕’을 뱉어내고 싶다. “다 꼬실라고 그랬어. 김종규 찍은 내 손가락을 부러뜨려야 해”라며 자책하고 분노한다. 이에 대해 주산의 이미연씨는 “김 군수가 할머니들의 외로움을 이용했다”고 풀이했다. 한 정치인에 대한 배신감은 모성을 자극했고 이것은 결국 인간적인 분노와 맞물리면서 투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할머니들을 우습게 알아 가장 큰 코 다친 정치인’으로 ‘김종규’를 기록할지도 모를 일이다. 서복원 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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