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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문화의 밥과 꽃80-회포마을 아이들에게 동진강은 신나는 놀이터

부안읍내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금판리를 거쳐서 백산삼거리에 닿는 옛 신작로 길을 달린다. 삼거리에 이르기 전에 좌우로 보이는 동네가 회포(回浦)이다. 전에는 동진강이 마을 앞을 지나고 바닷물이 들어오던 포구였다. 이웃 동네는 물과 관계된 지명들이 눈에 띤다. 용계리, 원천리, 거룡리, 검은구지, 대수, 소수 등이다. 회포와 가까운 거리에 작은 마을도 보이는데, 새터와 구개(구거지) 등이다. 새터는 몇 뜸으로 나뉘었는데 강 안쪽 높은 둔치(고수부지)에도 몇 집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동진강이 회포 앞으로 흐르고 돛배들도 백산장터 뒤로하여 백산다리까지 들어오곤 했다. 현재 군포교가 자리한 동진강은 일제 말부터 시작한 직강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형태이다. 그러나 한물이 지면 말 그대로 강 주변 마을은 온통 물에 잠기니 ‘쏘가 된다’고 했다. 1960년대 초부터 홍수를 막기 위해 동진강에 강뚝을 높이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강 양쪽의 둔치에 있는 뻘흙을 파내서 뚝을 쌓는 사업이다. 이 공사에 박정희 쿠테타 정부가 잡아들인 깡패 등으로 구성된 재건대가 참여했다는 증언도 있다. 그때 지역에서 이들을 불렀던 명칭은 보국대라고 했다는데, 보국대는 근로보국대로 1938년에 조선 사람들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해 만든 단체이니 적절한 이름은 아니다. 일반 사람들은 ‘땅띠기’라하여 평 단위로 땅을 파내고 밀가루 전표를 받으며 이 사업에 참여했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회포 마을 옆에 있는 동진강 제수문(制水門)이다. 제수문은 홍수에 대비하여 수량도 조절하고 바닷물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도 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민물을 농사로 이용하려면 바닷물과 합쳐지면 안 된다. 제수문 만드는 과정에서 이곳 둔치에 살던 서너 집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물막이 공사 중에 뚝들이 물살에 몇 번 떠내려가는 어려움을 겪다가 1979년에야 동진강 제수문이 준공되었다.
백룡국민학교 머스매들은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강둑을 달리며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면서 강으로 뛰어들었다. 위험하여 사고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들의 멱 감는 것을 막았다. 그러다 보니 1학년들은 헤엄치는 선배들의 옷을 지키다가 어른들이 오면 옷을 가지고 냅다 뛰었다. 옷을 뺏기면 멱 감던 아이들은 물속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낭패를 당했다. 2,3학년이 되어서야 선배들에게 수영을 배울 수 있었다. 마구 손을 휘젓는 개헤엄이나 물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송장시엄을 하며 강 건너 부량면의 사정마을까지 30여m를 헤엄쳐 오갔다. 실컷 놀다가 물이 귀에 들어가 멍해질 때는 햇빛에 달구어진 신작로의 넓적한 돌을 귀에 대고 흔들어 물을 빼냈다.
고기도 잡았다. 숭어새끼인 마룩쟁이, 뱀장어, 참게, 고개미 등이 많이 잡혔다. 그러나 강은 위험했다. 배를 타고 투망을 던지던 어른이 너무 깊은 곳에 던지다가 물속으로 그물과 함께 딸려 들어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아이들은 만조 때 쓰나미처럼 바닷물이 곧추서서 들어오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거센 물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멱을 감다가 목숨을 잃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있으면 넋을 건지는 굿이 물가에서 오래도록 벌어졌다. 쌀을 담은 놋그릇 속에 혼을 뜻하는 머리카락이 들어 있는 신비한 일도 봤다. 지금도 그때 죽은 아이들의 이름과 모습을 기억한다.
회포아이들은 동진강을 강이라기보다는 바다로 생각했다. 이곳에서 잡아 말린 망둥어와 마룩쟁이는 겨울에 아버지의 술안주가 되었다. 오늘 이야기는 회포 출신의 박영래, 김종모 선배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정리해봤다.

나이든 이들에게 동진강의 추억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길목이 되고, 지금도 꿈속에서 물결이 넘실대는 강을 꿈꾼다고 한다. 우리는 나이 들어서도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으로 여전히 고향의 봄을 불러내곤 한다.

정재철  jjc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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