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반핵싸움은 온 가족이 함께 한 ‘가족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형적인 천주교 마을인 주산면 신천리 이종일(43)씨 가족도 반핵삼대 중 한 가족으로 부안항쟁에 참여했다.
포크레인 기사이자 주산면 자율방범대 활동을 하고 있는 이종일씨는 “처갓집 식구들까지 설득해 김종규를 지지했고 그 죄책감 때문에 더욱 김종규 퇴진을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군민들 뜻을 거스르고 핵폐기장을 유치 신청한 김종규 군수가 지자체 선거에서 낙선한 후 주산면 방범대원들을 찾아와 살갑게 한 말들을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나 그것이 “다 거짓이었다”며 열일 제쳐가며 김종규 퇴진과 반핵을 외치고 있다.
부안성당 주일교사를 맡고 있는 부인 김은화(35)씨는 지난해 7월 수협 앞에서 전경들 편에서 날아온 돌에 맞아 이마가 찢기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기록 사진을 보면 그녀가 피흘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도 한 때 김종규 군수 사조직이었던 부안사랑나눔회란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이 지지했던 것처럼 그렇게 열성 지지자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부안사태가 터지고 나서 그녀는 “김종규 군수를 찍은 손가락을 잘라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2.14 주민투표 때까지 범부안반핵대책위 아줌마 홍보단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부안을 남겨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반핵투쟁에 참여했다. 두 부부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 원희(11)와 수(6)는 할머니인 김양인(73)씨 차지였고, 며느리가 가사일을 돌보지 못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했다. 특히 요즘은 성당 주일교사로 참여하는 며느리가 대견하다고도 말한다. 김양인 할머니는 반핵보따리를 들고 다니는 다른 할머니들처럼 열심히 하진 못했지만 ‘며느리가 안나가면 나라도 가야지’하는 심정으로 가끔씩은 집회장에 나가서 “핵폐기장 결사반대”를 외쳤다고 한다.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수는 주산대책위 촛불집회 때 동네 아이들과 함께 배운 올챙이송에 맞춰 노란옷을 입고 율동을 했다. 주산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원희도 지난해 등교거부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전에는 경찰관이 되고 싶었으나 이제는 꿈이 바뀌었다. “태권도를 열심히 배워서 태권도 사범이 되겠다”고 말했다. 아이의 눈에도 폭력을 일삼는 경찰이 좋아 보이진 않았던 모양이다.
현재 1년 가까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종일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다”며 편치 못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씨는 “정부가 조그만 꼬투리를 찾아 계속해서 부안 백지화를 미루고 있다”며 “불씨가 꺼질 때까지 가족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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