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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꾸렸더니 개꿈이었다네
  • 이은영 (전북민주동우회 회장)
  • 승인 2019.01.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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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었으나 미처 꿈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마치 길고 먼 여행에서 막 돌아온 것 같은 나른함이 온몸을 감쌌다. 아내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간밤의 꿈을 복기해 기억 속에 저장했다.
원래 꿈이란 것이 그렇듯이 시간은 뒤죽박죽 순서가 흐트러져 있었고,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장소 역시 제멋대로 왔다 갔다 했지만, 꿈속에 머물던 동안은 그것이 너무도 당연했고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내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것이 태어나서부터 그랬던 것 마냥 자연스러웠고, 높은 곳에서 세상을 살펴보는 것은 내 소명이라도 된 듯이 나름 진지했다.
비록 돼지해에 돼지꿈을 꾸고 복권에 당첨되어 돈방석에 앉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가 꾼 꿈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다시 말하지만 시간도 뒤죽박죽, 장소도 왔다 갔다, 순서도 논리도 없는 한낱 꿈에 불과하니 이 점을 감안하고 읽으시길 바란다.
꿈의 시작은 평창올림픽이었다. 남북한 단일팀이 입장할 때 개막식에 참석한 각국 귀빈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축하하는데 미국 부통령 펜스와 일본 수상 아베는 시큰둥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개막식장 상공에서 이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철이 안든 녀석들은 나이가 먹어도 그대로구나!’
기분이 꿀꿀해진 꿈속의 나는 45년 전의 사이공(지금은 호치민시로 개명)으로 날아갔다. 공중에 떠있는 내 주변으로 헬리콥터들이 끊임없이 뜨고 내렸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대사관 옥상에서 미국인 피난민들을 태워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다. 미국인이 도망가는 모습은 프랑스군이 월남으로부터 도망가는 모습과 겹쳐졌다. 1974년과 1954년이니 20년의 시간차이지만 내 꿈속에서는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어서 나는 아프카니스탄으로 이동했다. 소련군대가 들어가면 침공이고 미군이 들어가면 파병이라고 쓰는 미국과 한국의 언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군대가 나가면 패퇴라 하고 미군이 나가면 철군이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군대가 한국에 오면 유엔군이 되고, 미국의 핵무기가 한국에 오면 전술무기 전개라 부른다. 반면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 띄워도 미사일 발사시험이 된다. 노후 핵무기를 포함해 약 10,0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이 50기도 안 되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향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며 비핵화하라고 겁박하고 있다. 99마리의 양을 가진 부자가 달랑 1마리 가진 가난한 사람에게서 그 양을 빼앗아 100마리를 채우려는 격이다.
꿈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우울해진 나는 어디 즐겁고 신나는 일이 없을까 찾아 나섰다. 이번에는 미래로 이동했다. 미래로 가는 길목인 것 같았다. 꿈속에서 나는 목성을 한참 지나 토성도 훌쩍 지나 천왕성은 건너뛰고 해왕성 근처에 와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사는 지구를 찾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 지나 무수히 많은 별들 가운데 겨우 보일 듯 말듯 담배씨 만 한 흰 점이 내 눈에 들어왔다. 지구였다. 빛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내 눈에 지구는 금새 콩알 만 하다가 보름달만큼 커졌다. 곧바로 비무장지대였던 철원에 자리 잡은 통일기념 종합경기장에 도착했다. 그곳의 축구장에서는 경평축구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경평축구대회 100주년 기념식 펼침막이 여기저기 달려있는 것을 보니 지금이 서기 2029년인가 보다. 축구장에는 남북을 가리지 않고 우리 민족끼리 섞여 앉아 있다. 본부석에서는 북의 김정은 위원장보다 더 젊게 보이는 남측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민족 자결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통일을 선언하고,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한반도국가연합체는 영세중립국임을 선포했다. 한반도국가연합은 남북 간의 평화공존은 물론 세계 어느 국가와도 적대관계를 맺지 않고, 어떤 형태의 무력 공격도 하지 않는 등 평화를 지향할 것임을 선언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지구상에 있는 약 2만기의 핵탄두를 해마다 각자 보유량의 5%씩 폐기하기로 한 국제협약이 성사되어 2029년 현재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핵탄두가 줄었다. 10년 전에 남측이 제안하고, 북측에서 자신이 보유한 핵무기를 즉각 폐기하는 조건으로 내걸은 핵보유국들의 매년 5% 핵무기 감축안을 중국과 미국 등 핵보유국들이 받아들인 결과다. 주한미군과 사드의 철수가 완료되는 향후 5년 동안 미국은 한반도국가연합체에게 미군기지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내가 꿈속에서 갔던 서기 2029년의 한반도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나라였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도 여전했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모르는 나는 새해 첫날 아침 비몽사몽이었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달그락 소리가 1919년 탑골공원의 만세소리인지? 2019년인지? 혹은 2029년인지? 헷갈린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나를 꿈꾸는가? 어서 꿈속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장자를 만나 물어봐야겠다.

 그나저나 나는 이런 개꿈 말고 돼지꿈은 언제나 꾸게 될까?

이은영 (전북민주동우회 회장)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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