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셋째아들 윤광희, 어머니 장순철 여사, 큰아들 윤광윤

“1월은 물메기의 달”

새해에 떡국대신 물메기 탕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주장하는 형제가 있다.
이들은 부안 상설시장 안에서 변산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큰아들 윤광윤씨와 셋째아들 윤광희씨다.
어시장내부에 있는 화장실을 찾아 왼쪽으로 돌고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야만 찾을 수 있는 비밀스런 식당이지만 부안사람들 중 이곳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간 꾸준히 장사를 해온 탓도 있지만 형제의 어머니 장순철 여사의 음식솜씨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의 음식솜씨는 모질게 살아온 삶속에 녹아 있다.
윤씨 성을 가진 남편과 결혼해 광윤, 광준, 광희, 광진 4형제를 뒀다. 자식 수 만큼이나 행복한 가정이었지만 첫째 광윤이 중학교를 다닐 때 남편이 돌연 세상을 떠났다.
새벽 4시에 두부공장에 나가 일하고 오후엔 시장에서 오징어 한 궤짝을 손질했다. 얼마 되지 않지만 벌어야 했다. 벽돌공장, 찻집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아들들이 커 가면서 돈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의 일만으로는 자식 키우기 어려웠고 더 벌 방법을 찾아야 했다.
종종 듣던 ‘음식 솜씨가 좋네’라는 말에 회도 뜰지 몰랐던 그녀는 용기를 내 어시장 끄트머리 작은 식당자리를 얻었다. 지금의 30년 변산횟집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노하우라고 할 것이 뭐 있어, 그냥 쓱 봐서 고춧가루 넣고 싱거울 거 같으면 소금 넣고 하는 것이 비법이지 볼 테면 봐” 긴 국자가 고춧가루 통에 어떤 때는 반절만 어떤 때는 반의반만 넣다 뺀다. 그러면 국자에 묻은 물기에 고춧가루가 묻어나온다. “봤지. 이렇게 해서 간을 맞추면 돼” 대놓고 알려주는 비법이지만 훔쳐 갈래야 훔쳐 갈 수 없다.
그녀의 나이 40에 식당을 차렸고 올해 나이 70이니 계산하면 30년간 음식을 차려낸 것이다. 부안사람 입맛을 모를 리 없다는 것도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찌개도 맛있어야 하지만 밑반찬도 맛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찬 중에서는 돌게장과 풀치 조림을 최고로 꼽는다.
장사를 아들한테 물려줘야지 하며 때만 보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작년 1월에 큰아들 광윤에게 사업장 운영권을 넘겼다. 이제 그녀는 월급 받는 주방장이 됐다.
대학 졸업 후 어머니를 도와 식당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던 광윤씨는 물고기를 고르는 눈이 탁월하다.
이곳 식당을 방앗간처럼 드나드는 어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흘리지 않고 들어왔던 탓이다. 어느덧 경매에 참여해 좋은 물건을 선점하는 기술도 갖췄다.
그는 어머니가 ‘합격이다’ 할 때까지 생선손질에 정성을 기울인다. 어깨 넘어 비법도 전수받았다. 반찬도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제일 좋아하는 풀치 조림은 어머니 손맛에 견줄 만 하다고 자랑한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인 광윤씨는 변산횟집의 장점을 "툭 터진 주방도 아니고 싱싱한 해산물도 아닌 어머니와 두 형제가 만드는 가족의 맛”이라고 평가한다.
셋째아들 광희의 무기는 특유의 붙임성에 있다. 거기에 살가움까지 갖춰 식당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을 형, 동생, 삼촌으로 부른다. 간혹 나오는 웃음소리는 그가 만들어내는 피로회복제다.
1월은 물메기의 달이라는 문구도 그가 만들었다.
올해 40을 넘긴 머리 좋은 그는 안타깝게도 아직 장가를 못 갔다. 전 직장에서 자신을 따르던  여동생 같은 후배가 그때는 왜 여자로 안보였는지 후회스럽다고 너스레 떤다.
어머니의 손을 꼭 쥐고 쓰다듬는 그를 애교가 넘치는 딸 같은 아들이라고 어머니는 말한다.
“아직 장가 못간 셋째와 넷째가 결혼해 살림을 꾸리는 것을 봐야 식당을 놓을 것 아니것서”라는 어머니 장순철 여사의 국자는 오늘도 쉼 없이 물메기탕을 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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