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 봉화봉 밑의 공룡발자국 화석을 만나러 간 날은 간간이 비가 내렸다. 파도는 거칠었지만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라서 산 밑으로 갈 수 있었다. 아이들 손을 꼭 잡은 엄마들은 조심조심 미끄러운 바윗돌을 밟아나갔다. 바위에 움푹 파인 자국만 보면 공룡 발자국이 아닌가 묻는 질문 속에서 전문가 선생의 안내로 공룡 발자국을 만났다. 이 계기로 격포 바닷가에서 활동했던 오래전 공룡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주라기 부터 백악기까지 1억6,500만 년 간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은 6,600만 년 전 갑자기 멸종한다. 멸종한 이유로 가장 유력한 가설은 소행성 충돌이다. 이 충돌로 인해서 암흑천지가 2년이나 지속돼 기온이 급락하고 식물 광합성이 불가능해지고 화산 폭발, 지진, 쓰나미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남쪽에는 대체로 중생대 백악기에 거대한 호수나 하천에 쌓인 퇴적층이 산재해 있어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 된다. 실제 경남 고성·하동·남해·사천·진주·마산, 전남 해남·보성·구례·여수·화순, 경기 화성, 경북 의성, 부산 다대포의 퇴적층에서 공룡 화석이 다수 발견된다.
격포에는 3개 층에 걸쳐 57개의 작은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다고 학계에서 발표했다. 발자국 화석의 길이, 이동 방향 및 보존 상태를 근거로, 모두 소형 용각류에 의해 형성된 것이며, 서로 다른 시기에 호수를 오갈 뿐만 아니라 호숫가를 따라 거닐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변산을 자주 오르던 선배 한 분이 2006년도에 공룡발자국 화석이라고 보낸 사진을 보았다. 쇠뿔바위에서 찍었다고 하는데 공룡발자국과 비슷하다고는 생각했으나 전문지식이 부족하여 확신은 하지 못했다. 봉화봉 밑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변산과 공룡을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바닷가가 아닌 산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러나 공룡화석이나 발자국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부안 땅 곳곳에서도 공룡이 살았다고 봐야할 것이다. 퇴적층에 발자국이 남아 있다가 화산활동으로 화산재 등이 쌓여 있다가 벗겨나가면 발자국은 앞으로도 드러날 것이다.
격포의 공룡은 부안 전역과 한반도를 돌아다니며 살았을 것이다. 이동을 방해할 어떤 환경도 없다면 거침없이 이동을 계속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막는 어떤 사상이나 지역감정, 철조망 같은 것은 아예 없었을 것이다.
유일한 분단국이란 역사의 부끄러움을 떨쳐낼 새해가 열렸으면 하는 희망에서 뜬금없이 ‘격포

의 공룡’을 불러냈다. 공룡이 한반도 전역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며 유라시아를 왕래했듯이 새해에는 이런 자유로운 바람이 한반도에 따뜻함을 불어넣었으면 한다. 그것은 남북을 잇는 철도일 수도 있고 서로 간의 격의 없는 왕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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