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문화진흥기금 설치, 2억여 원 사용실적 전무
행정은 순수예술인 발굴할 인력도 안목도 갖추지 못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 예술인 지원·문화공간 운영해야

부안군에 지역문화진흥기금이 설치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기금 운용실적이 전무해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문화진흥기금은 지역문화진흥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은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킬 목적으로 2014년에 제정돼 그해 7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안군은 2년 뒤 이 법의 취지에 따라 ‘부안군 지역문화진흥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제정하고 2억700만원의 기금까지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금을 운영한 실적이 전무한데다 심의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심의위원회는 부군수와 부안문화원장 등 당연직 위원 4명과 한국국악협회부안지부장 등 위촉직 5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부안군청 문화관광과는 지금까지 특별한 안건이 없어 서면심의로 갈음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기금 집행이 안 된 이유로 “기금은 원래 원금을 유지한 채 이자 수익으로 운용되어야 하는데, 일 년 이자가 약 삼백만원에 불과해 그 돈으로는 뭔가 사업을 할 게 없다”고 밝혔다.
원금 확보가 우선이라는 것이고, 그래야 재단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안군은 재단을 설립할 수 있는 최소 기금액수를 10억 원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북에서는 도를 비롯해 전주시, 익산시, 완주군 등 4개 지자체가 문화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고창군이 내년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적으로는 2017년도 기준 총 76곳에 문화재단이 설립·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 광역자치단체 문화재단은 16개,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은 60개에 이른다.
이처럼 각 지자체가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이유는 최근 지역분권시대로 접어들면서 지역문화의 부가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마을 단위 지역문화 활성화 ▲지역 역사를 활용한 축제 등 지역경제 모델 발굴 ▲지역문화공간의 다변화·다목적화 ▲지역 문화정책 수립과 사업추진 지원 등을 위해 문화재단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부안군의 경우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지나치게 방만하고 중복돼 있어 이를 정리하고 예산을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위해서라도 문화재단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부안에는 예총부안지부와 생활문화예술동호회를 비롯해 수많은 문화예술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대부분 군청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하다 보니 단체 간 과다 경쟁으로 말미암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문화예술인 풀이 한정돼 중복 가입이 일상화 돼 있고 이는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애초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행정과 거리를 둔 채 초야에 묻혀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순수예술인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부안군청은 사업계획을 내지 않는 순수예술인을 발굴해 지원할 만큼 인력도 안목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들이 행정적 잣대로 문화예술단체를 평가하고 지원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관변 문화예술인들만 혜택을 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최연곤 문화관광과장은 “문화예술 지원업무는 1~2년 보직을 맡아 일하다가 다른 자리로 가는 공무원이 맡기에는 너무나 전문적인 분야”라면서 “문화재단이 설립돼 문화예술인들끼리 지혜를 모아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하고 평가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내 예술문화공간 운영에도 문화재단이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부안군이 직영하는 청자박물관이 그나마 약간의 수익을 내고 있을 뿐 타 문화공간은 골칫덩이로 전락한지 오래다. 특히 영상테마파크는 부안군과 위탁업체 사이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등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이 아닌 사기업체가 운영 노하우도 갖추지 못한 채 수익만을 노리고 무리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영상을 비롯해 음악, 미술, 문학, 공연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문화재단에 포진할 경우 그들의 노하우와 인맥을 활용해 방치되다시피 한 문화공간에 일정 부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귀농·출산 장려 등 인구 늘리기 정책이 빛을 보기 위해서라도 지역 문화예술 진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생각이다. 그 지역의 문화 예술의 수준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하고, 한 지자체를 지속 가능토록 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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