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빨리먹기 대회에 참여한 자매

부안 설숭어 축제

부안군과 부안상설시장 상인회(회장 남정수)가 주관한 제9회 부안 설(雪)숭어 축제가 지난 14일부터 3일간 상설시장 주차장 일원에서 개최됐다.
축제의 주인공인 숭어는 전라도말로 숭애다. 숭애는 겨울철이나 돼야 대접받는 물고기다.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숭어의 단맛은 겨울에 나온다. 거기에 달달하고 질 좋은 칠산바다 갯벌에서 자란 녀석이라야 제 맛을 낸다. 숭어축제가 겨울에 부안에서 열리는 이유다.
숭어는 먹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숭어 쫌 먹어봤다’라는 사람은 숭어회에 날 김을 싸서 먹는다. 거기에 미나리나 묵은지를 얹어 풍미를 더하는 식객도 있다. 샛노란 배추 속에 뻘건 초장, 파란 고추로 색을 입혀 먹는 것도 추천한다.
물에 살짝 데친 숭어껍질을 먹을 때는 주의할 사항이 있다. 바로 땅문서를 아내나 남편에게 맡겨놔야 한다.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라는 속담은 괜한 말이 아니다.
이처럼 맛있는 ‘부안 설숭어’를 먹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안상설시장 생선거리에서 튼실한 숭어를 고르고 미리 봐둔 주변 식당에 배달을 시키는 것이다. 쫄깃한 회에 식당 주인의 손맛이 담긴 반찬들을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숭어 빨리 먹기’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부부 또는 친구, 연인, 부자, 모녀 등 2인이 1팀으로 출전한다. 한명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받아먹고 한명은 입에 넣어준다. 한 접시를 빨리 먹으면 또 한 접시의 숭어회를 얻게 된다. 이기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이빨과 무쇠 턱이 필요하다.
1차 경기에 익산, 전주, 정읍에서 온 3팀의 관광객이 도전했다. ‘꼴등이면 어쪄고 일등이면 어쪄랴 숭어를 먹을 수 있는데’ 이랬던 참가자들의 마음은 한 번의 호각소리에 돌변한다. “대여섯 점씩 막 주라고! 얼른”, “씹기나 혀”
입으로 들어가는 숭어, 코로 들어가는 숭어, 고추냉이만 가득인 숭어, 먹는 사람도 입을 벌리고 먹여주는 사람도 입을 벌린다. 구경하는 관객들도 저절로 입을 벌린다. 거기에 초장도 춤춘다.
재미있게 숭어를 먹고 나면 특급 공연이 배부름을 잊게 한다.
상설시장 내 팔방미인 아짐들로 구성된 댄스 팀은 아이돌을 능가한다. 공연을 맨 앞에서 관람하던 한 관객이 지팡이를 내던지고 춤 솜씨를 뽐낼 정도였다.
이뿐만 아니라 부안군 생활문화 예술동호회원들이 펼치는 난타, 통기타, 댄스, 오카리나, 색소폰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부안에 역이 있었다면 부안역을 불렀을 안동역의 진성을 비롯해 하태웅, 김종석 등 부안이 배출한 자랑스런 가수들도 축제를 빛냈다.

시장상인들이 운영한 먹거리장터

박수 치느라 허기진 배는 다양한 먹거리로 해결한다.
시장 상인들이 자신의 가게는 돌보지 않고 먹거리 장터를 펼쳤다. 파전, 떡볶이, 어묵, 닭꼬치 등 쉽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들이다. 모두 시장에서 나온 재료만으로 만들어 믿을 수 있다.
“가게는 남한테 맡기고 여기서 서빙 중인데 어머님 성화가 만만치 않아요”라고 걱정하는 상인회 서귀주 총무의 손에는 파전이 한 가득이다.

맨손으로 숭어잡기에 성공한 어린이

축제장 한켠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허벅지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벗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은 숭어잡기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대형 욕조에 풀어놓은 숭어를 빨리 잡아내는 3명만이 숭어회를 맛볼 수 있다. “우리 사위 파이팅”을 외치는 장모님, 왼발 오른발이 바뀐 줄 모르는 장화신은 할아버지, 반팔 옷차림을 한 애기엄마 등 모양도 각각이다. 준비하는데 10분이고 잡는 데는 10초가 채 안 걸린다.
사위는 4등이고 애기엄마는 순위에도 못 들었다. 짝짝이 장화 할아버지만 숭어를 얻어냈다.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다. 잡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아이도 보인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여기 저기 첨벙거리기 때문에 놀라서 내빼는 숭어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1, 2, 3등 모두 결정됐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온다. 어떻게든 한번 잡아볼 욕심에 물속을 휘젓고 다닌다. 재수없게 걸린 숭어만 몸살이다.

봅슬레이 느낌의 얼음썰매를 타는 아이

숭어를 잡아봤으면 얼음썰매를 타봐야 한다. 제법 봅슬레이 느낌이 난다고 진행원이 호객한다. 애기 티를 벗은 아이들은 시시하다고 무시하지만 덤으로 몇 번 더 타게 해준다는 말에 엄마를 조른다.
축제가 끝난 늦은 밤 뒷정리에 여념 없는 상인회 남정수 회장은 “축제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 축제가 있어야 전통시장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것 아니겠냐”며 “더 많은 지역민들이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겨울 대표 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자부했다.
쓰레기 봉투를 들며 혼잣말 하듯 덧붙인다. “먹어도 먹어도 안 질리는 것이 숭어지만 인자 내년에나 먹어야지. 숭어가 꿈에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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