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철 “궁안과 삼간평에는 아직도 바다 냄새가”
김형주 선생의 ‘한말 변산의병 이야기’도 실려

겨울 초입에 부안이야기 통권 19호가 세상에 나왔다.
이번 호는 행안면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특히 ‘고려시대 부령현의 문화유산’과 ‘행안 바다의 기억’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정재철 부안역사문화연구소 이사는 ‘행안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글에서 청동기 시대에는 행안산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행안산 주변 마을들은 일찍이 바다에서 벗어나 농사를 짓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궁안 삼간평은 19세기 와서야 바다를 막아 농사 짓기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예전엔 궁안마을 위 대벌에 중선배가 드나들었고 세봉산-계화도 일대 바다에서는 어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궁안-삼간마을 일대 갯벌지대 곳곳에서는 소금을 구웠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궁안과 삼간평에서 바다냄새가 나고 있음을 새삼 일깨운다.
‘내 젊음은 행안 삼간평에서’를 기고한 고삼곤 통일부 통일교육원 전임교수는 “일본 기마대 순사들 너댓 명이 큰 갯똘 물에서 멱 감고 물놀이할 때 ‘별등’ 농수로 시궁창 뻘흙 속에 짓밟아 쳐놓고 도망친” 일을 포함해 친구 둘과 함께 고향인 행안에서의 구잡스러웠던 어린 시절 추억을 풀어놓았다.
김형미 시인은 ‘소남의 민화, 붓 속의 삶’에서 행안면에서 출생해 45년 동안 한결같이 서도(서도)를 해 온 소남 전진희 선생의 삶을, 민화에 대한 심미안까지 보태 오롯이 그려냈다.
매번 그러하듯 허철희 부안21 대표는 ‘행안면의 땅 이름’을 촘촘하게 발굴해 냈다. 미륵골, 옥밧골, 두주막거리, 세가오뜸, 정금터, 먹다리, 대추멀, 들룡수 등 듣기만 해도 그 내력이 궁금해지는 이름이 행안에는 수두룩하다.
귀농인 김영훈 씨(전 KBS 근무)는 어린 시절 부안과의 인연을 비롯해 행안으로 귀농한 계기, 농가주택을 구입해 매년 보완작업을 해온 과정,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맺으며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보따리를 다양한 사진과 함께 풀어놓았다.
이밖에 책머리에는 김강주 백산초 교장의 글 ‘작은 학교, 유천초등학교의 추억’가 실렸다. 그는 1991년부터 5년 동안 지금은 청자박물관이 들어선 유천초에 근무하면서 육상과 탁구를 지도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슈와 현장’ 첫 번째 이야기는 박상훈 ㈜홉앤호프 대표가 맡았다. 그는 ‘부안에서 홉을 심어 희망을 만들다’라는 글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재배하기 어렵다는 홉을 5년간 재배하면서도 뚜렷한 결과를 보지 못하다가 마침내 작년에 발아한 홉에서 쇠기둥이 휠 정도로 꽃이 열렸다며, 6년 만에 홉 재배에 성공한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 이승준·최효성 행안초등학교 교사는 ‘행안초등학교의 날마다 새로운 한 걸음’을 통해 ‘학교 교육 철학을 공유하고 교육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학부모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행안초등학교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세 번째, 박숙경 부안교육문화회관 교육문화담당은 ‘부안교육문화회관, 모두가 행복한 삶의 공간’에서 초등생 방과 후 프로그램을 비롯해 토요체험, 문화탐방 등 학생 프로그램, 꿈나무 예술단, 초등 문해반 등을 소개하고 있다.
고정코너인 ‘몽유도원도’에는 농학박사인 김영숙 씨가 ‘내 고향 외하리 식물이야기(2)’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부안의 자연과 식물을 초화류, 회훼류, 화목류, 관상수, 과일나무 등으로 분류해 설명하고 있다.
부안이야기 고문이자 전 부안여고 교장을 지내신 김형주 선생은 ‘발굴! 이 기록’ 코너에 ‘한말 변산의병 이야기’를 기고하고, 변산의 임기홍 의병을 필두로 박필환과 김병선 등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선생은 후손들이 자랑스러운 선조를 이야기하며 긍지를 가지고 살도록 정부 차원에서 독립운동가를 찾고 연구하는 노력을 해주기를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외에도 ‘부안실록’에는 이의강 원광대 한문교육과 교수가 ‘우리말 「반계유고」를 소개합니다’가, ‘후원회원 이야기’에는 진서면 운호리에 사는 오희선 씨의 ‘인생 2막에서 만난 「부안이야기」’가 실렸다. 오씨는 이 글에서 “부안을 좀 더 알고 싶어 검색하다가 부안이야기를 알게 됐고 집필진의 무료봉사와 후원회원들의 십시일반으로 이처럼 알차고 멋진 작품이 탄생된다는 사실에 감동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격계간 부안이야기는 비매품으로 주요 배부처에서 구할 수 있으며, 한 달에 1만원의 후원이나 글을 기고하려면 063)584-1875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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