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리 마을 프로젝트>는 농어촌 교육특구 공모사업의 하나로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을 중심으로 부안지역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활동입니다. 현재 부안지역 6개 학교가 2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부안여고 1학년 4반 학생들은 “나도 부안의 작가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는 부안 옛이야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지역 경로당이나 마을 어르신을 찾아가 인터뷰를 함으로써 과거의 부안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를 글로 남기는 활동입니다. 어르신 세대와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모두 7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랍니다.                                          편집자 말

인터뷰를 마치고 서신경로당에서 임창섭 할아버지와 함께 찰칵!!

50년이란 세월은 얼마나 긴 걸까? 서신경로당에서 뵌 임창섭 할아버지께서는 여든 두해 인생에서 50년을 부안에서 보내셨다. 태어나서 16년을 부안에서 살면서 부안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은 할아버지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처음부터 큰 기대를 가지고 질문을 했다. 할아버지 역시 그 오랜 시간의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미소를 보여주시며 사소한 질문에도 정말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50년을 부안에 사시면서 느끼신 부안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할아버지께서는 부안은 해산물이며 농산물이며 모든 자원이 풍부해 어디보다 살기 좋은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 말씀하셨다. 생거부안? 어리둥절 한 우리를 위해 옛이야기도 덧붙여 주셨다. 조선시대에 영조대왕이 어사 박문수를 불러 “조선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어디냐?”라고 묻자 박문수는 “사람 살기에는 부안이 최고입니다.”라는 답을 하여 전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신기했다. 이렇게 살기 좋은 곳에서 좋은 농산물 해산물을 드셔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부안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부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6·25 전쟁 당시 할아버지는 전주에 계셨지만, 지인들에게 들으셨던 부안 관련 일화를 많이 들려주셨다. 경찰들이 산속에 있는 인민군과 싸우면서 민간인들도 죽고 경찰과 인민군 모두 많이 희생되었다. 북으로 돌아가지 못하던 인민군들이 산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갈등은 더 심해졌다. 이런 비극은 부안에만 있던 일이 아니었다. 산이 많은 지역의 할아버지 지인들이 겪었던 당시 상황들을 들어보니 다시는 이런 비극이 부안 말고 어느 곳에서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부안의 산은 어디보다 아름답다. 부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대한 할아버지의 강력추천 장소는 격포 팔경(八景)이다. 지금처럼 여러 관광지가 블로그나 언론에서 언급되기 전부터 격포의 팔경(八景)은 신문기사나 저널에서 많이 언급될 정도로 유명했다. 우리가 많이 찾는 직소폭포나 내소사도 이 팔경 안에 속하는데, 우리 지역에 이토록 많은 절경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함께 인터뷰를 한 친구들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격포 팔경을 둘러보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1985년 채석강에서 임창섭 할아버지와 친구분들. 세월은 흘렀지만, 채석강은 그때처럼 아름답다

 부안의 현안에도 관심이 많으신 할아버지는 부안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만금이 빨리 개발되어 대한민국 안에서 큰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하셨다. 옛날에 비하면 부안이 개발이 많이 됐지만, 새만금에 관해서는 많이 아쉬워하셨나 보다. 세계에서 제일 긴 방파제라는 이름 말고 새만금의 구체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이 되었다. 공단과 공항, 그리고 큰 도로까지 이가 이루어진다면 부안이 발전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것이고, 지역 경제 사정도 더 좋아질 것이다. 할아버지가 바라시는 그런 부강한 부안이 되는 미래가 어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많이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먼저 할아버지께서 말씀을 편하게 해주시고 먼저 다가오셔서 편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부안과는 정말 다른, 내 상상 속에서만 있었던 부안을 할아버지의 말씀을 통해 들으니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부안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가 정보사회에 살고 있지만, 우리 고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옛 부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부안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여야 부안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좋은 말씀을 전해주신 임창섭 할아버지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부안에 있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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