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면 기획 첫 회로, 지역의 여성 현안을 파악하고 앞으로 지면에서 다루게 될 여성 의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대담을 마련한다. <편집자주>
진행: 서복원 기자
정리: 이향미 기자
사진: 염기동 기자
패널:
임덕규(부안 여성농업인센터 소장)
강귀자(줄포초등학교 교감)
박호현(여성농민회 회장)
양수정(부안초등학교 운영위원)
채옥경(여성의용소방대 대장)

생활현장의 차별

△ 진행 = 이 자리는 토론회라기보다는 부안지역 여성계 현안을 각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통해 듣기 위한 자리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기혼이시고 사회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로 알고 있다. 첫 번째 주제로 패널로 참석하신 분들이 각자 분야에서 활동하시면서 여성으로서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양수정= 전화상으로 이번 토론주제에 관해 들었다. ‘성차별’이나 ‘여성문제’에 관한 것인데, 아직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이, 좀 진부하다고 느꼈다. 왜냐면 요즘은 여성이라고 해서 능력에 대한 차별성은 있지만 성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 받는 문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
△ 진행 = 여성문제에 있어서 도시와 농촌의 상황이 다르고, 농촌의 경우도 읍내와 면지역이 다를 듯하다. 성차별 문제가 진부할 정도로 일반적인 이야기인지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떤가.
△ 임덕규= 여성농민들은 굉장히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단순하게 지역사회, 가정에서의 불평등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책속에서 구조적·경제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하다 못해 쌀생산비 계산을 할 때 여성 인건비는 남성의 절반밖에 계산이 안된다. 그리고 가사 노동 가치가 전혀 안들어가 있다. 실제로 마을에서 여성과 남성의 인건비도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무튼 도시지역이나 여타의 직업군들에서는 남녀차별이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지만 농촌에서는 여성차별의 문제가 국가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 강귀자= 가사일에 대한 의무가 여성들에게 전적으로 주어진다. 남자나 여자나 동시에 농사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밥, 빨래하는 일은 여성들 몫으로 돌아온다. 교육계의 경우 정책적으로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들이 생겨났다. 가령 출산휴가는 지금 3개월을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농촌여성들도 스스로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농촌에서 여성활동을 하는 분들의 몫일 것 같기도 하다.
△ 채옥경 = 말로는 동등하다고 얘기하지만 저변에는 남녀불평등이 깔려 있다. 그 예로 내가 속한 소방대의 경우 똑같은 지위의 연합대장인데, 남자에게는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지만 여자에게는 그렇지않다. 개방이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미흡하다. 행정이나 단체에서부터 동등한 입장으로 대우해주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 양수정= 저같은 경우는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장을 뽑는데, 위원회에 여성이 두 명, 남성이 두 명이에요. 내가 운영위원장한다고 손을 들어버릴까. 과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조직이든 ‘장은 남자, 부는 여자’라는 식의 정형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은 우리 여성들이 좀더 적극성을 가지고 선두에 서야지 하는 투철함과 책임감 소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육아 문제
△ 진행= 가정에서 보면 그런 여성들이 농사일과 가사일을 동시에 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같고, 보육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가.
△ 임덕규=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이다.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적인 보육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일을 가진 여성들의 육아문제가 개인차원에서 해결됐다.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가 키워주고. 또 경제적인 여유가 되면 갓난 아이때부터 보모를 둔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육아문제가 온전하게 여성개인의 문제로 맡겨지다보니 결국에는 사회전반적으로 출산 파업을 한다고 할 정도까지 여성들이 아이를 안낳고 있다. 어느정도 해결 해보려고 보육예산도 대폭 늘린다고 하고, 셋째를 낳으면 국가에서 모든 비용을 대주겠다고도 한다. 하나나 둘 낳기도 힘들고 책임을 못줘주면서 무슨 셋째 얘기를 하냐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다.
△ 강귀자= 제 아들 부부는 익산에서 맞벌이를 하는데, 놀이방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 며느리 집이 친정집과도 가까운데 며느리 의견은 친정엄마에게도 못맡기겠다고 한다. 교육방법이 다르고, 무조건 과잉보호로만 키울까봐 그런것 같다. 아들 부부가 이주에 한번씩 부안으로 데려와서 가끔씩 손주들을 보면 눈치를 빨리 보는 것 같다.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맡기다보니 사회성이 빨리 길러지는 것인지, 넌센스다. 아이는 아니다워야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
△ 진행= 부안지역 보육시설의 현황은 어떠한가.
△ 임덕규= 부안에는 총 24개소가 있다. 부안읍을 포함해서 하서, 변산, 진서, 줄포, 계화면에 있다. 13개 읍면 중에 절반 정도의 면에 있는데 대부분 도시(부안읍)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예산지원 자체가 힘든 편이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다. 우리집은 농림부에서 지원 받는다. 간식비나 교제비 보육교사 처후 개선비도 지차체 마다 다르다. 특히 면단위는 보육원이 드물 뿐만 아니라 선택도 거의 불가능하다.
△ 양수정= 불평등문제가 동전의 양면성 같다. 보육문제가 여자의 몫에서 국가 정책상의 몫으로 넘어가고 있다. 여성을 착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맞벌이의 함정이 그거다. 경제적으로는 돈을 벌어서 세분화 시키니 사회적으로 부의 재분배가 되는 것은 있지만 교육의 측면에서 아이들을 복제품화 되지 않을까? 보육문제가 단지 여성을 편하게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사회재교육
△ 진행= 부안의 경우 25%정도가 고령인구다. 고령인구들의 많은 부분은 여성인데…
△ 양수정= 여성들의 교육을 평생교육으로, 학교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실생활에 하나도 적용할 수가 없다. 육아가 끝난 시점에서 재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여성문제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보육문제와 동일한 비율로 여성들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재교육시설이 생겼으면 좋겠다. 문화센터 같이 고급이 아니라 실제 돈벌이가 될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임덕규= 우리나라만큼 고학력 여성들의 실업률이 높은 나라도 없다. 21세기 세계 경쟁력을 비교해 보았을 때 고학력 여성을 활용하는 문제가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국가적으로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일할 수 있는 여성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사회진출
△ 진행= 사회적으로 각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에 여성들의 비율이 현격히 낮다. 수치보다 각 분야에서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 지금까지는 군의원이나 군수를 남성들이 독식해왔다. 독식뿐만 아니라 뒷거래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분야에 여성들이 진출하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을까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 들어보겠다.
△ 강귀자= 16대 국회에서 여성의원들을 많이 진출시켰다. 그 이유가 바로 생활정치를 기대를 많이 했다. 여기 나오신 분들 중에 부안의회는 장악할 수 있는 느낌이다.
△ 진행= 만약 여성후보가 나온 다면 군민들은 어떨 것 같은가.
△ 임덕규= 그렇기는 한데,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반핵투쟁 과정에서 여성들이 큰 역할을 많이 하셨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셨던 분들 같은 경우에는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양수정= 남자가 정치를 독식하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역으로 여성이 정치적으로 준비가 안돼 있어서 그렇다고 본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 후배들은 여성정치에 진출하는 비율이 많아질 것 같다.

부안항쟁과 여성

△ 진행= 작년 7월부터 부안에서 벌어진 반핵싸움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횟수로 2년째에 접어들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할머니나 아줌마, 젊은 여성들이 각자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한 분들이 많았다. 핵폐기장 반대싸움을 통해 나타난 여성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으면 한다.
△ 양수정= 문규현 신부님도 탈종교화해서 더 큰 틀로 보니까 군민들을 응집시켰 듯이, 남자들도 사회적인 이해문제나 경제적인 뒷거래를 넘어서면 이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남자분들의 경우 꼼수가 있는 것 같다.
△ 임덕규= 할머니들의 경우 “날씨가 추운 날 사람들이 안나올까봐 나라도 집회장을 지켜야겠다”고 하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집회장에 나가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신다.
△ 강귀자=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눈에 보이는 것이다. 이제 기울어진 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 여성들이 나서야 할 때다. 남자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여성들의 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성 특유의 성품으로 싸앉아야 우리 부안이 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진행= 부안싸움이 여성들에게 미친 영향이 있을까.
△ 양수정= 나도 뭔가 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었다. 나도 사회적인 힘이 되고 목소리 낼 수 있구나 . 부안싸움은 나를 깨닫고 여성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동시에 아이들 문제로 이어지는 도화선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반핵투쟁을 하면서 사회운동이나 여성문제에도 눈을 뜨는 기회가 됐다. 어디 가서 큰 소리 쳐볼 수 있었겠나? 같은 아줌마들끼리도 연대감이 생기고. 여성들에게는 더 많은 것을 얻게 해준 것 같다.
△ 박호현= 부안 여성들이 위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 것 같다. 조용하게 각자 할 일만 하고 살아온 분들이었는데.
△ 양수정= 뉴스도 더 보게 되고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오늘 이렇게 싸웠는데, 뉴스에 나올까. 반핵에 대한 문제를 남편과 상의하다 보니, 부부간의 동질감도 느끼고 부부싸움도 덜 하게 된 것 같다.
△ 진행= 그런 관심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회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겠는가.
△ 채옥경= 깊은 상처를 내지 않고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대에게 이질감 주지 않는 범위에서 반핵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하니까 이질감이 온다는 표현들을 주민들이 많이 한다. 이 문제가 끝난 것 같으면서도 끝난게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온화한 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양수정= 인형의 집이라는 소설의 로라처럼 자기 영역에서 작은 부조리를 보면 이야기하고, 차별적인 것에 대해서는 싸우고, 싸우기 이전에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할 것 같다. 못하지만 열심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여성문제를 더 빨리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 강귀자= 누가 가져다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하고. 핵문제를 통해서 사회문제를 재인식하고 참여 방법도 알아간 것 처럼 교육 문제나 농업문제나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있다. 있는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여성지위 향상의 길이다. 부안의 경우 우리 여성들이 뭘 좀 배워보고 싶어도 여의치 않고, 그런 것도 어느 사회단체나 지자체에서 이끌어 주면 좋지만 오늘 자리한 분들도 각자 영역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 진행= 여성면을 2~3주 간격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지면에 반영하겠고, 마지막으로 여성면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임덕규= 어떤 것들이 실려야 할지 모르지만, 구석구석 부안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여성들이 알고싶어하는 정보, 지식들이 담겼으면 좋겠다. 일간지 여성면을 생각해보면 교양이나 단편적인 정보들이 실리는데, 그런 식의 신문들과는 다르게 부안의 의식이 높은 여성분들의 요구를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부안독립신문 지난 호에 보면 반핵싸움으로 달라진 점이나 할머니들의 반핵보따리들이 소개되고 했는데, 그런 식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박호현= 할머니들도 입담 좋으신 분들이 많다. 할머니들의 살아있는 삶의 목소리가 담겼으면 한다..
△ 진행= 오랜 시간 자리해주셔서 감사하다. 미흡한 부분은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다음에 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다. 오늘 오신 분들과 소통의 공간을 계속 추진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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