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학교 표지사진에 있는 백산고 학생들
학생들이 마리몬드 팔찌를 찬 손목을 보이며 단체사진을 찍고있다

교육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의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공부중독/엄기호, 하지현>이라는 책에 쓰여 있는 말이다. 교사 생활은 어느덧 10년이 넘었고, 수업은 무엇인지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이 책을 접했다. 그리고 이 말은 내겐 꽤 충격이었으며, 상당 부분 동의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말을 우리 학교 교육과정에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이들이 사회 이슈나 뉴스 등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게 했다. 또한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하며 어떤 인물에 대해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현재 진행 중인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의견을 갖게 하려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역사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우리 스스로 공부한다”

위안부할머니 스티커 도안

학급의 자율 활동 시간을 이용,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내용을 탐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학생들은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 홈페이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할머니들의 사연을 담은 영상자료, 할머니들의 음성자료, ppt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탐구했다. 그리고 이 내용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귀향>이라는 영화를 보며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간접적이나마 그 아픔을 함께 하려 했다. 이 영화나 할머니들의 사연 영상을 보면서는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 분노,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언제나 기억하자는 의미로 피해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기업 ‘마리몬드’에서 학급비로 팔찌를 구입, 착용하며 할머니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여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스티커를 학급비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 스티커를 학급 구성원이 모두 부착하며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에게 뱃지를 달아주고 있는 학생

“혼자 아는 것이 아닌, 함께 아는 것이 중요하기에”

학급에서의 활동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평소보다 좀 더 깊이 있게 알게 된 학생들은, 전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 바로알기 캠페인 – 일본군 위안부 바로알기”를 진행했다. 역사 탐구 동아리 ‘모심’과 시사 경제 토론동아리 ‘내시경’이 힘을 합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피켓을 만들고 벽보를 게시하며 홍보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모두 읽고 취지에 공감하는 학생들에게는 평화의 소녀상 뱃지를 배부하여 학생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캠페인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꼼꼼하게 살피고 이 협정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알렸으며, 현 정부에 이르러 이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 왜 정당한 것인지를 설명하기도 해 우리 백산고등학교 학생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관심을 갖고 파기해 나가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피켓과 벽보를 꾸밀 때, 위안부 피해자 이옥순, 길원옥 할머니의 글씨로 만든 폰트를 사용, 삐뚤빼뚤한 글씨만큼이나 굴곡진 할머니들의 삶의 여정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의 이런 노력은 전라북도 교육청에서도 주목, 도교육청 소식지 ‘가고 싶은 학교(2017.10)’에도 소개된 적이 있으며, 우리 학생들이 이 책자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역사는 현재다”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마리몬드 팔찌를 찬 학생들

위와 같은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소감은 참으로 남달랐다. 위의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3학년 이선교 학생은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든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일제 강점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나곤 했는데, 정작 그 피해자들의 삶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할머니들이 당한 일을 재연한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이 일은 온몸으로 감당해온 할머니들의 삶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무관심했던 다른 이들의 아픔에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세상을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갈 것으로 믿는다.”고 이야기 하며 역사를 잊지 않는 일이 현재 우리의 삶에 대한 가르침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학년 신유빈 학생은 “나는 검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검사가 ㅈ되어 우리 사회에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역사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앞으로 역사에서 소외된 사람, 억울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 라고 말했다. 2학년 임재현 학생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이, 아픈 역사가 우리의 무관심으로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슬펐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는 일, 이것은 후손으로서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후손들의 당연한 책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최근 부안에서 추진 중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소녀상이 우리 아이들의 역사의식을 더 깊게 해줄 것이라 믿고, 이 소녀상을 지켜가는 일 역시 우리 아이들의 몫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역사에 관심을 가질 때, 그리고 이들이 사회의 주인공이 되어 이런 의식이 국민 모두에게 퍼져나갈 때, 일본의 태도는 변화할 것이다. 역사는 현재이기에 우리의 역사는 지금, 여기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        글/ 임현미(백산고 교사)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