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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우리마을 프로젝트- 어르신께 듣는 부안 옛이야기③

<청소년 우리 마을 프로젝트>는 농어촌 교육특구 공모사업의 하나로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을 중심으로 부안지역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활동입니다. 현재 부안지역 6개 학교가 2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부안여고 1학년 4반 학생들은 “나도 부안의 작가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는 부안 옛이야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지역 경로당이나 마을 어르신을 찾아가 인터뷰를 함으로써 과거의 부안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를 글로 남기는 활동입니다. 어르신 세대와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모두 5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랍니다.                       편집자 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계신 모습이다.

 "이 집터에서 나서 이사 한 번 않고 94년을 살았지"

최충달 할아버지의 옛이야기

친구들과 SNS로 대화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십대에게 어르신들과의 대화는 어떤 경험이 될까? 처음에는 우리 지역이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오신 어르신을 인터뷰해서 기사를 써보자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포도 한 박스를 들고 부안군 백산면으로 최충달 할아버지를 뵈러 찾아갔다.
백산은 푸르른 산맥에 둘려 쌓여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할아버지의 연세는 현재 95세. 현재 집터 그 자리에서 태어나시고 94년 동안 거기에서 지내오셨다. 90여년 그 세월 동안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그 집도 지으시고, 농사도 지으셨다. 단 한 번도 이사를 다니지 않으신 부안 역사의 산 증인이시다.
그 역사는 할아버지 댁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취미로 글을 쓰신다는 할아버지는 하루하루 부안에서 살아오시면서 느끼셨던 일이나 좋은 글귀들을 정갈한 서예로 남기셨다. 집안 곳곳에는 할아버지의 삶을 보여주는 여러 의미의 한자들이 있었다. 오래되고 낡은 사진 속 묘비에 적힌 글귀 역시 당시 부안에서 사시던 분들의 삶을 담아 할아버지가 직접 써주신 것이다.
할아버지가 겪으신 부안의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온화한 표정만큼이나 긍정적인 할아버지께서는 크게 시끄러운 일 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워 부안을 더 좋아하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다고 살아오시면서 겪으셨던 고난이 없으셨을까?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뒷산에 올라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소금을 반찬으로 드셨다. 부안은 평야는 넓지만, 산들이 별로 없어 나무껍질마저도 귀했다. 학교에 다니는 것은 사치였고, 당장 농사를 지어 가족들 입에 풀칠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에 젊음을 보내셨다. 학교에 들어갈 나이를 훌쩍 넘기셔서, 막상 학교를 다니고 싶을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 다시 돌아가 학교를 다닐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시고 싶으시다는 할아버지. 새삼 그 시대를 살아오고 지금의 한국을 만들어내신 어르신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 할아버지는 어떻게 할머니를 만나 결혼하셨을까? 십대 소녀들의 짓궂은 질문에도 할아버지는 덤덤히 말씀해 주셨다. 연애나 데이트는 생각도 할 수 없고, 어른들이 정해준 아내를 결혼식 날 보았다고 하신다. 그 당시 결혼이란 다 그랬다고. 대부분의 처녀 총각들이 서로 얼굴도 성격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집 장가를 갔다는 말은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랜 시간 툇마루에 앉아 두런두런 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마무리할 시간이다.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말벗을 만나셔서 즐거워하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몸이 좀 힘들다고 하시는 할아버지. 더 건강하셔서 다음에도 부안의 이야기를 더 들려주셨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며 지평선을 본다. 부안은 참 살기 좋은 동네다. 공기도 맑고 옆집 할머니네 옥수수랑 석류 하나 몰래 먹어도 눈 감아 주신다. 그런 마을에 점점 어른들만 남아 계신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와 부안의 정 많고 평화로운 풍경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글 /  부안여고 1학년 유가영 한단비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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