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독

당신을 읽는 중입니다
읽을수록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가슴을 열람하고
옆구리를 빌립니다
모음으로 된 당신의 뼈
자음으로 된 당신의 살
감탄부호로 찍힌 음성
수억의 관문을 뚫고 입성한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당신을 열독한 일입니다
언제일까요
폐문을 맞이하는 날
이별을 박차고 이 별을 나설 테지만
당신이라는 양서를 택한 나는
우등 사서司書입니다
누군가 당신을 복사할까 봐
차마 낭독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당신을 외웁니다
 

시 / 조재형

우리 고장 출신으로 고향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조재형 시인이 올해 푸른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푸른시학상은 지난 13일 심상운 시인을 비롯한 7인의 심사위원이 깊이 있고 폭넓은 심사를 벌인 결과 수상작품으로 조재형 시인의 ‘묵독’외 1편과 강수니 시인의 ‘분수’ 외 1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원이 응모해 온 작품과 시집 등 9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시적 성과와 경향 및 발전가능성 및 등단연도, 수상경력, 그리고 ‘한국시문학문인회’에의 기여도 등을 심층 논의했다.
심사위원들은 특히 조재형의 ‘묵독’ 외 4편이 실존적 이정표를 정갈하게 재설정해 나가려는 삶의 긍정성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조 시인은 수상자로 선정된 뒤 “등단한지 7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고 뜻밖의 소식을 받았다. 그간의 부진한 시적 성과를 독려하고 더 정진하라는 의미로 여긴다”고 겸손해 하며 “더 빨리, 더 높이, 더 넓이만 지향하는 물신주의 사회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낮고, 가장 깊은 자리를 지키는 골방의 시인들에게 수상의 기쁨을 돌리고자 한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조 시인은 2011년 『시문학』 등단한 이후 시집 ‘누군가 나를 두리번거린다’ 등을 펴냈으며, ‘포지션문학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무사협회 부안지부장’을 맡고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배제학당 역사박물관 3층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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