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문화 교육/청소년
청소년 우리마을 프로젝트- 어르신께 듣는 부안 옛이야기①

<청소년 우리 마을 프로젝트>는 농어촌 교육특구 공모사업의 하나로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을 중심으로 부안지역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활동입니다. 현재 부안지역 6개 학교가 2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부안여고 1학년 4반 학생들은 “나도 부안의 작가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는 부안 옛이야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지역 경로당이나 마을 어르신을 찾아가 인터뷰를 함으로써 과거의 부안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를 글로 남기는 활동입니다. 어르신 세대와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앞으로 5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랍니다.              편집자 말

서신경로당에서 할아버지와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가 어색하신 할아버지를 위해 모두 함께 V를 외쳤다

“부안에선 삼시 세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김영옥 할아버지의 옛이야기

여름 끝자락 서신마을 경로당에서 김영옥 할아버지를 뵈었다. 처음에는 쑥스러우신 듯 미소만 지으시던 할아버지. 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설명드리자 곧 마음을 열어주셨다. 여러 질문을 드렸는데, 여든을 훌쩍 넘기신 연세에도 50여 년 살아오신 부안에 대해 생생하게 말씀해주셨다.
오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김영옥 할아버지, 위에 두 분의 형님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열심히 동생들을 뒷바라지해주신 덕분에 김 할아버지는 어려운 시절에도 중학교를 졸업하실 수 있었다.
그렇게 졸업한 뒤에는 그 시대 누구나 꿈꾸던 서울 생활을 시작하셨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자리를 잡아 젊은 시절을 보내셨지만, 직장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으레 도시에 태어나 자라셨다면 당연하게 느껴질 번잡함이 부담스럽고 힘에 부쳤다. 그때 할아버지가 늘 돌아오고 싶으셨던 곳이 바로 넉넉한 인심의 나고 자란 고향, 부안이었다. 마침 부안에 남아계시던 형님들도 “부안에 내려와 장사해라. 여기가 장사도 잘되고 돈도 잘 벌 수 있다”고 귀향을 권했다.
도시 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치셨던 할아버지는 37살에 고향으로 돌아오셨다. 부안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계시던 형님들은 철물점을 추천하셨고, 그렇게 할아버지는 부안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셨다. 사실 처음에는 젊은 시절을 보낸 서울 생활과 부안에서의 생활이 너무 달라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도 하셨지만,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때를 회상하시며 “서울보다 살기 좋고, 공기도 좋다“며 미소 지으셨다.
가까이에 늘 아껴주는 형님들이 있어 좋았고, 마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어린 시절 친구들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지내온 친근한 이웃의 따뜻한 인심이 있어 좋았다.
처음 철물점 장사를 시작하실 때는 막상 ”잘 될까?“ 걱정이 앞섰지만,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노력하신 덕분에 장사는 잘 되었다. 당시 부안에는 밭이 많았기 때문에 할아버지 철물점에서는 쟁기, 삽, 쇠스랑, 집게, 칼, 체, 식칼 등이 인기품목이었다.
철물점 장사하시던 때를 말씀하시며 은근히 할머니 자랑도 잊지 않으셨다. ”점심시간만 되면 아내가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서 왔어. 그러면 둘이 마주 앉아 얘기도 하고 그랬지. 그리고 가게가 바쁠 때는 같이 일도 하고“ 부안에 내려오셔서 가장 좋은 점은 이렇게 삼시 세끼마다 가족과 둘러앉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부안에는 마트도 없고, 큰 아파트나 식당 같은 것도 없고, 집도 몇 채 없었지 다 논밭이었는데 군청에서 그때 있던 논밭들을 다 밀어 버려서 그곳에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지“ 지금은 공장이 많이 들어서서 불편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그래도 식당, 마트, 아파트가 많이 생기고 도로가 생겨서 차도 잘 다니고 사람도 많이 다니니 좋아“라고 하셨다. 환한 표정에 밝은 목소리를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부안이 발전한 것에 자부심이 있으신 것이 느껴졌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다 보니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생거부안’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연세가 드시고 힘에 부치셔서 10년 전 철물점을 그만두신 할아버지는 요즘 귀가 어두워지셨지만, 잡음 때문에 보청기는 불편하시다고 하셨다. 그래도 당신 건강보다 무릎 수술을 하신 할머니가 걱정이시라며 속상해하시던 할아버지.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오랫동안 부안에서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병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