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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둔갑시켜서는 안된다
  •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승인 2018.11.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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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뇌사상태에 빠져 있던 22세의 젊은 청년 윤창호 군이 세상을 떠났다. 윤창호 군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혈중알코올농도 0.134% (면허 취소에 해당) 상태로 운전하던 차량에 치어 직선거리로 15미터를 날아간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결국 깨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불행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와중에도 이용주 국회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고, 11월 12일에는 음주운전으로 4차례나 적발되어 면허가 취소됐던 30대 남성이 만취상태로 운전하다가 음주단속에 걸리자 경찰관과 순찰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일이 발생하였다.
음주운전은 습관처럼 반복된다. 술에 관대한 문화 그리고 술 취한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둔갑시켜온 사법 판결로 인해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재범률은 마약사범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데,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32.3%인데 비해 음주운전은 44.7%에 달했다. 음주운전 사고 중에 재범 비율이 연도별로 △2013년 42.7% △2014년 43.7% △2015년 44.6% △2016년 45.1% △2017년 44.7%로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100건 가운데 42건~45건이 한 번 사고를 내고도 또 음주운전 하여 낸 사고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적발 횟수가 10차례가 넘는 경우도 2015년 81명에서 2016년 201명, 2017년 348명으로 3년 동안 무려 4배 넘게 증가했고, 음주운전 사고로 일평균 1.5명이 숨진다고 경찰청 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윤창호 군의 친구들은 친구가 불행한 죽음에 이르게 된 근본원인으로 음주운전에 유독 관대한 사법처리를 지목하고, 강력한 사법처리를 위한 일명 윤창호법 제정을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윤창호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음주운전을 판단하는 기준 수치를 낮추고, 2회 위반 시에 가중처벌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죄심리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위반되는 행동은 처음 할 때가 가장 힘들고, 점차적으로 위반 사실에 둔감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처음 위반일 때에 강력히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 다른 핵심적인 내용은 현재 음주운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음주운전 살인으로 규정하고 징역 15년에서 20년을 선고하는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고의가 아닌 심신미약 상태의 과실로 감형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음주운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행하게도 얼마 전에 거제도에서 20대 건장한 남성이 50대 여성을 30분 동안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일이 있었는데, 이 가해자가 ‘술에 취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져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런 말을 하는 배경에는 술에 대한 관대한 사법판단이 음주운전 뿐만 아니라 성폭행, 폭행, 살인에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8살 여자 어린이를 상대로 잔혹한 성폭행을 저지른 조두순이 조만간 출소를 앞두고 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임을 감안하여 (겨우) 12년 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피해 아동은 평생 육체적 상처와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하며, 아직도 미성년인 18살에 불과한데 가해자는 법적 형기를 마친다는 것이다. 최근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음주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

구하는 국민청원이 있었는데, 윤창호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 선 윤창호 군의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일명 윤창호법을 통해 술 취한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인정하는 모든 형법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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