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단체 “재심 신청하겠다 군민들 힘 모아 달라”
줄포 주민 “문화재 반대하지만 규제라도 풀어야”
일부 주민 “친일 잔재 털어내야 소녀상도 빛나”

지난 16일 문화재청은 민속문화재분과위원회 회의를 갖고 부안군 줄포면에 있는 민속문화재 제150호 ‘김상만 가옥’을 현행과 변함없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상만 가옥은 인촌 김성수의 아들 김상만 소유 주택이며 지난 2018년 2월 대법원 판결로 김성수가 친일부역자로 확정되면서 항일독립운동가단체와 줄포면민의 요구로 문화재 해지가 논의됐다.
이후 4월 ‘해지는 합당하지 않다’는 문화재청의 결정이 나고 항일단체 등의 거센 재심 요청이 이어졌으며 6월 문화재 지정 방식과 동일한 절차를 다시 밟아 해지 여부를 심사하라는 결정을 이끌어 낸다. 하지만 7월 해지 심사를 논의 한 전라북도 문화재위원회가 줄포 주민을 비롯한 다수의 군민들 의견과 달리 ‘현행 유지’를 결정하게 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 같은 결정이 반영된 보고서가 문화재청에 제출되고 문화재청 위원회는 현지조사내용과 보고서를 검토해 ‘김상만 가옥 문화재 지정 유지’라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결정은 문화재청이 했지만 사실상 전라북도 문화재위원회의 보고서가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라북도 문화재위원회의 현행 유지 사유를 보면, ▲공간건축적(남녀 구분 공간) 개념을 시도한 국내 유일 건축물 ▲ 고택 초축시 샛집으로 조성 ▲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시라카와고와 샛집과 동일 방식 ▲ 김성수가 건축에 관여 안 해 친일행적과 무관 ▲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다른 문화재 모두 지정 해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처음 문화재 지정 당시에는 인촌 김성수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해 놓고 이제 와서 어릴 때 잠깐 살았던 집이라는 이중적 잣대를 대면서 1982년도 현대식 감각으로 수리됐다는 집이 일본 샛집과 동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일제강점기 때 만든 건축물은 다 문화재가 아닌 것이냐는 궤변을 내놓고 있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소식을 접한 항일단체는 재차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관계자는 “남녀 구분 공간을 둔 유일한 건물이라는 것은 문화재 유지를 위한 끼어 맞추기식 의견에 지나지 않고 ‘고택 내 동상 철거 및 김성수 친일행위 관련 안내판 설치’라는 권고사항을 볼 때 이 고택이 친일 김성수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라며 “서울 인촌로부터 가까운 고창의  생가터와 동상이 주민들의 공청회 등을 통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체도 재심 신청을 할 것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된다”고 군민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러한 결정에도 줄포 면민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화재청이 줄포 주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가옥 주변 건축행위 제한이 현지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보호구역을 조정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제한 변경을 위한 ‘현상변경허용기준’ 조정 용역이 발주돼있으며 조만간 가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11월 말경 가안에 대한 주민의견 공람 공고가 있은 후 추가 의견을 반영해 문화재청에 보고하게 되고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쳐 고시 공고 후 확정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상만가옥 문화재지정해제 줄포대책위원회 김봉균 위원장은 “‘문화재다’라고 한다면 어쩔 수 있느냐. 문화재는 문화재로서 그대로 놔두더라도 주변 여건을 감안해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합당하다”며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니 줄포 주민들이 요구하는 5구역 즉 주변 500미터 전체를 다 풀어주길 바라지만 용역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다시 논의하겠다”라고 결정 수긍과 함께 향후 대처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부안군 관계자는 “김상만 가옥 같은 문화재는 사실상 지자체의 권한이 거의 없다, 문화재 신청을 비롯한 각종 권한이 모두 전북도에 있기 때문”이라고 행정력의 한계를 밝혔다.
김상만 가옥에 매년 1억 4천여만 원의 관리비용이 투입되는 것을 알고 있다는 한 군민은 “김상만 가옥이 문화재냐 아니냐 보다 인촌 김성수 같은 친일부역자의 행적을 털어내는 것이 선행돼야 부안에서 추진되는 평화의 소녀상도 빛을 내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군민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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