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이 온통 보물로 차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부안예술회관 상주단체인 포스댄스컴퍼니 오해룡 대표(38)다.
“부안에는 계양할미를 비롯해서 내소사, 청자, 배틀굴, 도깨비, 관음조, 심지어 수산시장의 쭈꾸미와 숭어 등 이야기가 감당 못할 정도로 많아요. 저는 부안이 바로 디즈니랜드라고 생각해요”
이런? 과장 아닌가? 그런데 표정이 사뭇 진지하니 농은 아니고, 아무튼 더 들어본다.
“내소사만 해도 할아버지 당산나무, 할머니 당산나무, 대웅보전, 관음주, 꽃살무늬 문 등 이야기 거리가 한 두 개가 아녜요. 계양할미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도 단지 민간 신앙의 하나인가 보다 했어요. 수성당 앞 바다에 섰을 때 버선 끝이 보일 정도로 거인인 줄은 몰랐죠. 그러다가 우연히 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수성당으로 달려갔어요. 이거구나! 그리고는 바로 제작에 착수했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난해 마실축제 거리 퍼레이드 때 등장한 키 6m의 계양할미다. 전문업체에 의뢰하니 제작비만 3000만원을 달라고 해 직접 제작에 나섰단다. 설계를 하고 철사로 형체를 만들고 한지를 붙이고 하는 과정이 얼마나 무모하고 힘들었는지 단원이 세 명이나 뛰쳐 나갔다고 한다.
포스댄스컴퍼니는 우석대 무용과 동문들이 만든 무용 단체로 현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컴퍼니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아직 법인은 아니고 내년 쯤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애초 무용 단체로 시작해, 나중에 연극과 미술 등으로 장르를 확장했는데, 그 계기가 있다.
오 대표가 춤을 더 배우기 위해 2010년 미국 LA의 ‘엣지 아트 퍼모먼스센터’에 6개월간 유학을 했을 때였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등에서 펼쳐지는 거리 퍼레이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단다. 외국사람들이 신데렐라나 곰돌이 푸우 등 자신들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셋트를 앞세운 퍼레이드를 보는 순간, ‘이거다’ 직감했다. 한마디로 꽂힌 것이다.
더구나 그곳에선 예술가들이 우리처럼 무조건 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에 남아 그 지역의 최고가 되길 원하고 또 자부심을 갖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오 대표도 서울이 아닌 전북에서 최고가 되길 꿈 꿨다고 한다.
부안에 온 것은 2016년이었다. 당시 전라북도로부터 상주단체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국공립단체에만 상주단체 자격을 주는 조례가 제정되면서 오 대표는 더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때 부안예술회관 김수일 감독의 권유가 있었고, 오 대표는 주저 없이 부안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1년 동안은 뭘 해야 될까, 고민만 했단다. 그런데 그 1년 동안 부안 곳곳을 다니며 이야기가 너무 많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는 ‘도깨비’를 소재로 ‘원주 국제 다니내믹 댄싱 카니발’에 참여해 1등상을 거머쥐었다. 국제대회니만큼 외국 팀 40여개를 비롯해 전국의 내로라하는 퍼레이드 팀 214개가 참여했고, 공연자 수만 모두 1만4000명에 달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마실축제의 거리 퍼레이드 분야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좀 더 자발적인 퍼레이드, 그리고 각 지역의 특징이 있는 퍼레이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지난 해 퍼레이드를 보고 그는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각 마을 별로 ‘동원’된 어르신들을 보면서, 지역에선 아직도 이런 것이 가능하구나, 또 그들의 겪는 고역과 원성 때문에라도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의 눈엔 축제가 아니라 민원거리였다. 그래서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지역 내에서 전문가가 그 마을에 맞는 아이템을 권하고, 또 방법도 컨설팅을 해드리는 게 첫째고, 그 다음에는 지역민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논의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1년이든 2년이든 시간을 길게 잡고 차근차근 작품을 만들어 가는 거예요. 첫해에는 좀 어설프더라도 2년 3년 계속 다듬어 가다보면 나중에는 주민들이 자기들 작품을 자랑하고 싶어서라도 축제에 나오려고 할 거예요”
정말이지 그리 됐으면 좋겠다. 덧붙여, 구전돼 오는 이야기를 괜찮은 작품으로 척척 변신시키는 그의 능력도 부안에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부안의 재산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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