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의원들이 예결위와 행정감사 등 주요 회의를 하는 곳이지만 본회의장과는 달리 동영상 제작을 하지 않아 군민들은 생생한 회의 내용을 알 수 없다. 사진 / 부안군 의회사무과 제공

민들 “회의 동영상 의회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김제·정읍시의회는 행정감사 전 과정 동영상으로
‘악수만 하는 의원’보다 ‘공부하는 의원’이 되길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행정사무감사가 다음 달 중순으로 임박했지만 올해도 군민들의 관심 밖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여 부안군의회의 전향적인 사고 전환이 요구된다.
부안군의회는 지난 10일 2018년도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다음 달 15일부터 23일까지 9일간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감사 대상은 본청을 비롯해 사업소, 직속기관, 읍·면 등을 망라하는 행정조직 전체이다. 위원회는 의장을 제외한 9명의 의원이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에는 이용님 의원이 선임됐다.
이 위원장은 선임 직후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감시, 견제권 강화를 위해서 행정사무 전반에 관하여 그 상태를 정확히 파악, 분석하고 필요한 자료와 정보들을 수집하여 각종 의안의 깊이 있는 심사는 물론,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적발, 지적하고 시정, 개선함으로서 효율적인 군정 수행에 만전을 기하기 위함”이라며 위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설명과는 달리 이번에도 군민들은 의회가 무엇을 지적하고 어떻게 견제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군민이 직접 의회를 방문해 방청을 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데다, 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회의록 역시 고령층이 많은 농촌도시의 특성상 일일이 검색해 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회의록은 의정활동을 전달하는데 있어 생생한 동영상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점에서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군민들 사이에서는 의회가 회의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와 SNS, 언론 등을 통해 게시함으로써 군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요컨대 군민들은 자신들이 손수 뽑은 의원들이 펼치는 의정활동의 민낯을 보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인근 김제시의회의 경우 행정사무감사의 전 과정을 녹화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며, 정읍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 내용은 물론 의원들의 주요사업장 방문 활동까지 동영상으로 제작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또 인구 2만8000명으로 우리의 절반 수준인 경남 의령군의회의 경우, 8대 의회가 출범하면서 본회의는 물론 예결위, 행정사무감사, 심지어 각 상임위 회의까지 동영상으로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해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의령군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새로 출범한 8대 의회 10명의 의원님들이 자발적으로 결의해서 이뤄지게 됐다. 그래서 군민들이 더 좋아하신다”고 반응을 전하며, 비용 부분에 대해서도 “동영상을 올리는데 필요한 비용은 노트북 1개 값이었다. 기존의 아날로그 장비로 녹화한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 렌더링하는데 필요했기 때문이며 그 외에 다른 비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부안군의회는 본회의장에서 열리는 회의, 즉 개·폐회식이나 조례 가결 등 형식적인 부분만 동영상으로 게시하고 있다. 따라서 군민들은 하나의 조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입안되고 심의됐는지,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는지, 우리 삶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 일각에서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며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일테면 회의장에 카메라가 있으면 의원들이 이를 의식하느라 한 마디라도 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효율적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일부 의원의 경우 법령이나 조례에 반하는 사안임에도 유권자를 의식한 표퓰리즘적 질문을 함으로써 행정을 곤란케 하기도 하고,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의욕만 넘쳐 실수를 연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동영상 제작은 꼭 필요하다는 게 군민들의 생각이다.
동영상을 통해 의원들이 해당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을 하는지, 군민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은 하는지, 예산이나 행정감사 등 전문분야에 대한 공부는 했는지, 인기에만 영합하는 것은 아닌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접할 수 있고, 이는 곧 다음 선거에서 후보자들을 평가할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원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이는 바람직한 의회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실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각종 보고서와 정책안을 섭렵하고 예산안이나 지역구 민원을 소화하는 등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해도 부족하다. 그런데 그 시간에 행사장이나 누비며 악수만 열심히 하는 의원들이 유권자로부터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군민들의 판단이다.
동영상을 공개하면 행정의 변화도 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의회에 출석한 실과소장들이 ‘최선을 다 하겠다’거나 ‘노력하겠다’는 등 두루뭉수리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면, 동영상 공개를 계기로 보다 명확하고 실질적인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행정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체크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군민들의 요구에 대해 이용님 위원장은 “처음이라 아직 상황을 잘 모르겠다. (동영상 게시 여부에 대해서는) 의회사무과와 상의해 보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모름지기 진정한 지방자치는 의회와 행정에 관한 모든 사안이 유리그릇과 같이 투명하게 공개될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회의 동영상 게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결단을 바라는 이 같은 요구를 부안군의회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군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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