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 섬길 군수는 선택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고, 악몽 같은 민선3기 군수임기도 거의 끝나간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치제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가장 큰 문제는 무소불위의 단체장 권한과 감시제도의 결여에 있다고 본다. 중앙정부의 지시, 감독, 통제로부터 벗어난 자치단체의 독자성과 자율성은 적절한 감시제도가 가동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수많은 단체장들이 중도하차했다. 그들의 주요 비리행위를 보면 건설공사 수주를 둘러싼 금품수수와 내부직원의 승진, 보직인사와 관련한 뇌물수수가 대부분이다. 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측근위주의 인사, 보복인사, 건설공사에 관한 잡음들을 들어보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단체장은 드물 것이다.

현실이 이런즉 단체장 개인의 도덕성에 맡겨두기에는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주민발안제,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매번 선거를 할 때마다 기대해보지만 지나고 보면 대부분은 내가 찍은 표가 내 발등을 찍은 느낌이다. 군수선거도 그렇지만,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공약대로라면 주민소환제 만큼은 반드시 이루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어리석은 판단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가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출마하는 한 후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자치제도의 굳건한 감시와 견제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혼자 하면 공상이고 여럿이 하면 힘이 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핵폐기장 투쟁을 통해 가슴속에 남은 긍지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2·14주민투표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부안 군민의 힘이요 자랑이다.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다. 2·14주민 투표의 정신만 부안군민의 가슴속에 살아있다면 우리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군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봉사하는 군수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간다. 눈에 핏대를 세워가며 자기 후보만을 선전하지만 누가 군수가 된다한들 또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 개인적인 이익이 없다면 그렇게 온갖 비방과 과대선전에 침 튀겨가며 열광하진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감시와 견제의 체계만 마련된다면 누구를 군수로 뽑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물론 한 사람은 반드시 제외되어야 하지만). 때문에 자치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협약(가칭)’을 만들어서 그 협약을 지킬 수 있는 후보만 찍어야 한다. 먼저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협약을 받아들여 공약을 하도록 해야 하고, 당선되면 실천하도록 해야 하고, 못하면 끌어내려야 하고,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평가기준과 방법(군정 의정감시, 공무원 여론조사, 공사의 투명성 평가 등)을 개발해야 한다.

협약으로 만들어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해보면, 건설공사에서 수의계약 폐지 및 투명성 확보, 공무원 임용과 승진인사 및 보직인선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 선심성 사업 추진과 방만한 재정운영 지양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위의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중간평가(임기시작 2년 후에 2·14 주민투표 방식으로 3/1이상 투표, 과반수의 반대면 사퇴하는 것)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공약과 함께 실천을 맹세하는 후보에게는 반드시 몰표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군민이 무서운 줄 알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