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영광농협

당시 중짜 시세 1kg 3~4천원, 현재 1만원 선
어민 평균 20kg 정도 잡아…대짜는 아예 없어
연봉 5000만원 일자리 6000개 만들 수 있어

새만금 갯벌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다면 백합 등 조개를 캐던 맨손어업 어민들의 수입은 현재 시세로 얼마 쯤 될까?
30년이나 끌어온 새만금 사업이 여태도 지지부진하면서 최근 부안 군민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질문이다. 대체로 연봉 3~4000만원은 손 쉬울 거라는 주장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리지만, 혹자는 5000만원이 넘을 거라고도 하고 혹자는 1억 원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 우선 당시 시세를 알아봐야 했으나 부안군청 등 행정기관에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계화 등 현지에서 전하는 당시 시세를 종합해 보면, 백합은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우선 소짜의 경우 1kg당 2000원, 중짜의 경우 1kg당 3000원~4000원, 대짜의 경우 1kg당 5000~6000원을 호가했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시세 변동이 있어 여름보다 겨울에 약 1000~2000원 정도 더 비쌌다.
당시 70대 이상 어르신들의 경우 한번 갯벌에 나가면 15kg 정도를 잡았고, 중년 아낙이나 남자들의 경우 많게는 30kg까지 잡았다고 하니, 1인 평균 20kg 가량의 어획고를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중짜 기준으로 하루 6만원에서 8만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얘기다. 이를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일했다고 가정하면 180만원에서 240만원, 1년에 2000만원~2900만원이었다.
그렇다면 이를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백합은 인천의 일부 도서 지역과 서해안·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소량 생산되고 있다. 그나마 전성기 때 계화에서 나오던 어른 주먹만 한 대짜는 씨가 말랐고 중짜 이하의 자잘한 것들이다. 새만금 갯벌이 막히고 난 후 전국 백합 생산량의 90%가 감소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자니 각 지역의 수산물 공판장에 출하되는 물량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남해안 지역의 한 공판장에 나온 백합이 4kg 1자루에 42,000에 경락된 기록이 있었다. kg당 1만500원이었다. 소매가는 물론 더 비싸 전남 지역의 한 농협에서는 중소 크기 1kg이 16,5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처럼 데이터가 많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일부 산지에 전화로 문의하는 등 결과를 종합하면 요즈음 공판 시세는 대체로 9000~12000원 선이었다.
이를 당시 맨손어민들의 평균 어획량 20kg으로 계산하면, 하루 18만원~24만원, 한 달 540만원~720만원, 1년 6480~8640만원이다. 이는 물론 평균에 불과하고, 하루 30kg을 잡는 사람이라면 한 달 수입이 1000만원 내외에 달해 연봉 1억이 훌쩍 넘는다.
그나마 이는 중소 크기 기준이다. 질 좋기로 이름을 떨쳤던 계화 갯벌에서 생산된 대짜 백합이라면 이보다 1.5배 쯤 더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요컨대 글머리에서 던졌던 ‘연봉 1억’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능하다’ 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크다.
새만금 간척이 시작된 1991년 어업생산통계연보에 따르면, 전북 지역에서 잡아들인 조개류는 총 5만7657톤에 이른다. 이는 수협 등 계통출하 물량으로 공식적인 통계에 잡힌 양이고, 당시에는 통상 비계통 출하량이 이보다 많았다고 하니 전체 생산량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12만톤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새만금에서 나오는 조개가 전북 전체 생산량의 90%에 달했으니 새만금에서만 해마다 무려 10만여톤의 조개가 생산됐다는 결론이다.
이를 단순하게 kg당 1만원으로 계산하면 1조원이다. 하지만 맛조개나 동죽 등 비교적 값이 저렴한 조개가 포함됐음을 감안하면 kg당 6000원으로 계산해도 무려 6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군산과 김제 지역에서 나는 양도 있으니 백번 양보해 절반을 뚝 떼어낸다고 해도 부안 갯벌에서만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부안 지역내 총생산(GRDP)이 1조319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부안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총 생산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연봉 5000만원짜리 일자리 6000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기업이 새만금에 입주한다 한들 부안에 이 정도 일자리와 수입을 안겨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새만금 매립을 즉각 중지하고 해수유통을 하면 갯벌의 70%는 되살아 날 것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또한 지금까지 매립한 땅만 해도 산업단지와 농지로 충분하다고도 한다.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 과연 부안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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