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주제로 9개 분임 토론…상반된 목소리 나와
잘못된 정보에 대한 설명 없고, 개인 민원도 ‘속출’
대안으로 전문가 참여 포럼…공청회·아카데미 제안도

군민들이 직접 토론회에 참석해 군 정책을 평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군민정책토론회가 ‘실효성’이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부안군은 지난 8일 예술회관 다목적강당에서 60여명의 군민이 참여한 가운데 ‘군민과 소통하는 군정, 혁신하는 행정’이라는 주제로 군민정책토론회를 열고 ▲과거의 부안과 미래와 부안 ▲효율적인 예산 운영 방안 ▲군민과 소통·상생 방안 ▲청렴 행정을 위한 방안 등 4가지 소주제에 따라 9개 분임으로 나눠 진행했다. 부안군은 각 분임별 토론에서 거론된 내용을 취합해 주요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향후 민선7기 군정 주요정책에 반영해 군민이 주인인 행정을 실현한다는 부안군의 애초 취지에 무색하게 결과는 초라했다는 평가다.
먼저 ‘효율적인 예산 운영’이나 ‘청렴 행정’ 등의 분야는 전문가들조차 쉽게 해법을 내놓기 어려운 난해한 영역인데 이를 일반 군민들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첨령 행정을 주제로 토론을 한 분임 대표는 “청렴은 굉장히 어려운 주제다. 이런 분야는 군민이 하는 것 보다 공무원들과 군수가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더구나 토론회에 참석한 군민들은 사전에 부안군으로 부터 관련 자료나 브리핑을 전혀 받지 못해 가뜩이나 부족한 전문성 문제를 더욱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저임금이 인상 돼서 부안군이 산림감시원 수를 줄였다”라든가 “지난 가뭄 때 타지자체와 달리 부안읍에서는 나무에 물주머니 하나 매달려 있지 않았다(물을 안 줬다)”는 등 사실과 다른 지적도 많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군청 관련부서에 확인한 결과, 산불감시원 수가 올해 들어 1명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탓이 아니라 적정인원을 재추산해 조정했으며, 오히려 관련 예산은 3억1000만원에서 3억9000여만 원으로 800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로수에 물주머니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부안읍은 나무 주위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깊이 30cm 가량의 구멍을 파 두었기 때문에 물주머니 대신 살수차를 동원해 아침 저녁 2회에 걸쳐 직접 물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잼버리대회가 열리면 숙박시설이 많이 필요하니 집 가꾸기를 통해 민박을 확충하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이 역시 잼버리대회가 청소년들의 야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지 못해 생긴 오해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오류는 해당 부서 공무원이 각 한명씩만 참석했어도 설명이 가능했을 거라는 점에서 부안군의 준비 부족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각 분임별로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온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6분임의 경우 “부안읍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에 대한 민원이 많고 죽어 있는 나무도 많다”는 비판을 내놓은 반면, 뒤이어 발표한 3분임의 경우 “아름다운 조경수와 조형물”이라고 표현해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이 같은 현상은 마실 축제나 오복이 캐릭터 같은 사안에서도 반복돼 정확한 여론을 반영한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의견이야 다를 수 있지만, 방향이 정반대인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정책은 없다는 점에서 조율의 기회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또 예산의 효율성에 대해 토론하는 분임임에도 불구하고 마실축제 개선점이나 조형물 문제, 농산물 가공시설 확대, 갯벌생태공원 활성화를 주문하는 등 주제와는 관계없는 건의가 주를 이루었다. 이는 다른 주제를 다룬 타 분임에서도 동일한 현상이었다.
심지어 새마을지도자 등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등 개인적 민원도 다수 있어 정책토론회라는 취재를 무색케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에 대해 행정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토론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해 포럼형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테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발제를 먼저 듣고, 이후 전문가와 행정, 군민들이 상호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와 분권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런 과정을 통해 군민들로 하여금 관련 지식과 정보를 취득케 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론을 하면 진일보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 외에도 현안이 생겼을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공청회 방식 토론회나, 주기적인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해 지방자치나 주민참여 등에 대한 군민 의식을 끌어올리자는 제안도 나왔다.
비록 이번 정책토론회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이 군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모쪼록 잘 궁리하고 다듬어 처음도 끝도 알찬 토론회가 되기를 군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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