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도로가에 설치된 변산클라이밍장 모습

경기 추진 측 “관람석 좁고 위험…대회 추진 불가”
전라북도 “길 막고 관람석으로 가능하다고 들어”
부안군청 “도에서 운영비 지원 활용방안 모색 중”
인근 주민 “비싼 땅 클라이밍 체험 얼마나 올까”

변산해수욕장 주차장 입구에 들어선 수억 원의 클라이밍장이 자칫 무용지물로 전략할 위기에 처해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클라이밍장은 전라북도에서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를 위해 특별교부세(국비)를 포함해 10억여 원을 들여 건립하는 체육시설로 해당 부지를 부안군으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내년 준공을 목표로 주변 마무리 공사만 남은 상태다. 전북도는 준공 후 부안군이 위탁 관리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고 부안군은 관리비 등 지원 협의를 거쳐 수탁관리 할 예정에 있다.
아무 이상 없어 보이는 이 체육시설이 최근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한낱 조형물로 방치되거나 더 나아가 비용만 까먹는 애물단지로 전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기장은 지난 7월 부안 하서면 출신 여성 산악인 고 고미영 님의 추모행사에서 ‘고미영 추모 클라이밍 대회’를 부안에서도 펼쳐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추진됐다.
유치를 추진한 고미영 님의 유가족 대표는 “변산이라 ‘다소 외지다’라는 우려가 있지만 고미영의 출생지고 전주에서도 개최된 바 있어 새롭게 건립될 이곳에 내년도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추진했으나 결국 신청조차 못하게 됐다”며 “이 시설이 경기 자체를 펼치는 데는 문제없는 암벽 시설을 갖췄지만 관람석도 없고 대기실이 부족한 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대회를 치르기 부적합하다는 산악인들의 의견이 나와 신청을 포기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시설은 변산해수욕장 팔각정에서 돌아 내려오는 주차장 맞은편 산 중·하단부를 깎아 만든 곳에 설치돼 있다. 클라이밍 암벽시설은 10미터 이상 높이의 거대한 시설물로서 관람을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이 곳은 관람 가능 폭이 좁고 관람석이 있을 자리의 뒤쪽으로 2미터 높이의 절개지가 있어 추락의 위험이 있다. 또한 절개지 끝이 도로와 접해 있어 추락 시 차량에 의한 2차 사고도 생길 수 있는 지형을 갖고 있다.
더불어 시설 주변이 모두 경사지라 추가로 시설을 늘리기에도 쉽지 않고 늘린다 하더라도 이용상 불편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지형상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설을 점검한 ‘클라이밍월(주)’ 담당자는 “변산 클라이밍장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국제인증규격으로 시공된 시설로 이번 아시안게임이 치러진 경기장도 변산 경기장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의 시설이다”라며 암벽시설이 우수함을 밝혔다.
이렇듯 대회 유치 실패의 주된 원인은 변산이라는 접근성 문제도 아니고 암벽시설이 기준에 맞지 않는 것도 아닌, 경기를 볼 수 있는 관람시설 등이 없다는 데 있다. 더 나가 향후 관람시설 등을 짓기 위한 부지마저 확보하기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비와 도비만으로 건축됐지만 지금의 문제점과 우려를 부안군이 고스란히 짊어질 상황이다.
이 곳에 클라이밍장을 설치한 전라북도 담당자는 “잼버리 관련 재원이 있어 클라이밍장 설치 여부를 부안군에 물었고 부안군은 군 소유 토지라며 지금의 위치에 설치하겠다고 신청해 설치한 것으로서 향후 알았지만 관람석 문제는 우회도로가 있기 때문에 현 도로를 막고 관람석을 임시로 만들어 놓으면 대회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9년 도예산에 2억여 원을 배정해 뒀으며 승인 후 이곳 시설을 마무리하고 부안군에 위탁해 관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부안군은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문화관광과 담당자는 “당시 이 클라이밍장이 순수 국도비로 건축되는 것으로 고창군 등 인근 지자체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안군으로 선정된 것이다. 선정 후 전북도와 부안군 등이 협의해 부지를 선정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군이 위치를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관람석과 추가 시설 문제를 비롯해 운영비 지원 등을 도와 협의해 수탁 운영 할 것이고 대회 유치가 안 되면 청소년 체험시설 등 각종 활용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전북도와 부안군이 시설 설치에만 급급해 충분한 검토 없이 안일하게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안체육회 한 회원은 “관람석을 만들기 위해 다니는 길을 막고 경기를 치른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그렇게 하려고 했으면 왜 경기장이 보이지도 않게 길가에 가로수를 심어놓고 신호등, 가로등은 설치했냐”며 “대회 때는 다 뽑아놓고 끝나면 다시 심어 놓을 거냐, 그렇게 돈이 남아 도냐”며 행정을 질타했다.
더불어 “변산해수욕장 입구 그 비싼 땅을 무상으로 내주고 10억 들여 전문가용으로 만들어 일반인 체험용으로 쓴다는 것이 말이 되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클라이밍을 체험하러 이곳에 오겠느냐, 체험장 관리하는 인력도 써야지, 체험용 장비도 준비해야지 그 돈은 뭐 땅 파서 나오냐”며 “앞으로 얼마 못가 녹물 흘러내리고 잡초 무성한 흉물이 될 것이 뻔하다. 처음부터 제대로 할 생각은 안하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할 소리냐”며 부안군의 각성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곳이 변산해수욕장 관문인 것을 들어 “부안군이 무턱대고 수탁할 것이 아니라, 꼼꼼히 따져보고 수탁을 받지 말고 아예 철거를 요청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자치단체의 권리행사를 바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향후 부안군의 대처에 군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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