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설명회장.....지난 7일 신재생에너지파크에서 열린 ‘전북권 100MW 이상 해상풍력단지 설계 및 해상풍력 자원평가기술 개발 주민설명회’가 어민과 군민의 무관심 속에 텅 비다시피하고 있다 /사진 김종철 기자

어민들 “서남해 해상풍력 설명회인 줄로만 알았다”
부안군 “지난 3월 신청해 6월 협약한 새로운 사업”
어민은 소외되고 행정이 독단적으로 결정 비판 직면

부안군이 지난 6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와 별개로 또 다른 ‘해상풍력 실증단지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행정과 어민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일 신재생에너지파크에서 열리기로 한 해상풍력 관련 주민설명회는 당초와 달리 명칭이 바뀌었다는 어민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당일 부안군이 배포한 지역 주요행사·동향 문서에는 '전북권 해상풍력단지 환경영향평가 조사 주민설명회'라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설명회 현장에는 ‘전북권 100MW 이상 해상풍력단지 설계 및 해상풍력 자원평가기술 개발 주민설명회’라는 전혀 다른 명칭이 기재된 플래카드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부안군청 미래창조경제과 이미경 주무관은 “사업명 자체를 모두 기재한 것으로 이번 설명회는 환경영향평가 조사에 대한 설명회가 맞다. 이해하기 쉽게 바꿔 알렸는데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라며 “단순한 실수”라고 말했다.
설명회를 준비했다는 (재)전북테크노파크 김종대 팀장은 “이번 설명회엔 문제가 없는데 어민들이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라며 “투명하게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부안수협 김진태 조합장, 해상풍력 반대대책위 김경민 공동대표, 이우현 어촌계협의회장은 입을 모아 “환경영향평가 조사 관련 설명회라고 해놓고 갑자기 전북 100MW 개발 어쩌고 하는 주민 설명회라고 명칭이 바뀐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속 시원히 드러나지 않는 행정의 모습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렇듯 설명회가 파행으로 끝난 것을 두고 부안군과 주최 측은 단순한 실수와 오해를 원인으로 삼았고 참석한 어민들 대다수는 내가 아는 설명회가 아닌 다른 설명회를 원인으로 삼았다.
하지만 주민설명회 현장에 걸린 ‘전북권 100MW 이상 해상풍력단지..’로 시작되는 사업명을 따라 취재하자 숨겨진 파행의 원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기존의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이 아니라, 수협조합장·반대대책위원장·어촌계협의회장 조차 전혀 모르고 있는 새로운 해상풍력사업이 부안군의 신청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날 설명회에서 어민들은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 주민설명회인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부안군과 주최 측이 새로운 사업인 ‘전북권 100MW 이상 해상풍력단지 설계 및 해상풍력 자원평가기술 개발’ 사업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 서로 다른 사업을 두고 한 설명회장에 참석한 것으로, 어민과 군민 등 이해당사자들은 공모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전북권 100MW’로 시작되는 새로운 사업은 부안군이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3월 새로운 해상풍력 실증단지 공모사업에 참여 신청서를 제출해 5월에 사업지로 선정되고 6월에 전라북도, 부안군, (재)전북테크노파크 간 정식 사업 협약을 맺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이 주민들의 반발로 정상적 추진이 어려워지자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바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사업 중 하나다.
부안군은 계획입지제도에 맞게 사업 후보지를 주민이 직접 발굴해 냈다며 이 계획 공모사업에 신청했고, 부안을 포함한 5곳이 선정되어 100MW 발전량을 내기 위한 1기당 5.5MW짜리 발전기 약 20기가 부안군 바다에 꽂히게 될 예정이다.
김진태 수협조합장을 비롯한 각 회장은 부안군이 또 다른 해상풍력단지 사업을 신청한 사실을 지난 10일에서야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것도 고창․부안 간 권한쟁의 심판사건 해상경계 현장조사에서 고창군 반대 대책위가 보여준 공문을 통해서였다.
공문은 고창군이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이유로 부안군이 추진하는 100MW 해상풍력단지 사업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자 해당 사업은 부안군이 고유의 권한으로 추진하는 것이며 사업 중지는 심각한 월권행위로써 관계없이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0일 해상경계 현장조사에 참석했다는 이우현 어촌계 협의회장은 “고창군민이 고창군청과 부안군청 간 오간 문서를 보여줘서 부안군이 우리 몰래 다른 해상풍력을 신청한 것을 이제야 알게 돼 정말로 화가 나고 창피했다”며 “도대체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이날 고창군민 중 일부는 부안군은 서남해 해상풍력은 반대하고 왜 새로운 해상풍력 공모사업은 신청했는지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일관성 없는 군과 어민들의 자세를 비난했다”고도 말했다.
김경민 반대대책위공동위원장은 “주민들 의견은 듣지도 않고 서남해 해상풍력 갈등도 끝나지 않았는데 맘대로 신청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알리지도 않는 것이 행정이 할 짓이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어민을 대표하는 이들이 이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몰랐듯이 본지도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이유를 쫓아 취재하기 전까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업 추진 흔적을 찾아 부안군청 홈페이지에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이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나 공지사항 기타 자료를 찾으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또한 6.13 지방선거가 있기 전인 5월에 사업이 확정돼 민선 7기 인수위원회 자료를 찾아봤으나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공모 사업의 특성상 주민들에게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물었는지, 어민들 동의서 징수는 어떤 절차로 이뤄졌는지, 인수위원회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여러 궁금증을 취재하고자  부안군청 담당자인 미래창조경제과 박연기 과장과 최정애 팀장을 만나려 했으나 해외출장과 연수로 해명을 듣지 못했다.
김진태 수협조합장은 “군민이 행정을 못 믿는 것은 행정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부안군이 군민을 위해서 사업을 진행한다라는 신뢰가 쌓이면 어민도 피해보지 않는 선에서 언제든지 행정을 따르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서로 거짓 없이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겠냐”며 “이번 사태는 불통하는 행정에 책임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해상풍력사업을 부안이 유치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어민과 군민이 결정할 일이다. 해상풍력 발전기가 위도 앞바다에 건설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유치 과정에서 어민과 군민이 철저히 소외되고 행정이 독단적으로 밀실에서 결정한다는 점에서 어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향후 부안군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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