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돌아오는 농촌, 참여정부, 친환경 개발’

입시한파가 어김없이 몰아치는 11월, 여의도에 서 있다. 고층건물만이 즐비한 여의도광장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농민들이 이 땅의 농업과 농민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절규를 쏟아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 땅의 농민들은 지금껏 경제개발의 희생양이 되어 가난을 등에 지고 살아야만 했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설마 정부가 지금까지의 공은 몰라주더라도-지난 97년의 IMF 금융위기를 생각해보라. 농업이라도 지켜냈기에 국민들 배곯지는 않았잖은가?- 무언가 대책은 마련하겠지라는 미련을 버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면사무소 앞과 군청 앞에는 올 한해 피땀으로 생산한 나락가마가 쌓여있다.

해서 한마디만 충고하고자 한다.

“국회의 비준동의안이 늦어질 경우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국제적 분쟁이 일어나는 등 국가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는 총리의 국회 시정연설과 같이 대국민 협박이나 해서는 안 된다. 쌀 협상 결과가 우리 농업, 농촌에 미칠 영향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쌀 협상 국회비준 동의안은 정부-국회-농민단체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상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사회적 관심을 통하여 농업, 농촌을 회생시키는 근본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렇듯, 상생의 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보다. 아니면 지난 쌀 협상 이면합의처럼 무언가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이처럼 깝깝한 일이 여기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핵폐기장 주민투표가 끝났다. 자유당시절 막걸리선거를 떠올리게끔 하는 금권, 관권 불법선거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또다시 퇴보시키는 순간이었다. 망국적인 지역감정까지 조장하며 부끄러운 반역의 역사를 진두지휘하였던 강현욱은 어떠한가? 다음날 있은 반대단체의 기자회견장에 분풀이라도 하듯 유치 쪽이 습격하였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행이 문규현 신부님을 포함하여 참가자들에게 쏟아졌다. 그것도 도청기자실에서 말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이를 선두지휘한 자는 다음날 버젓이 TV토론에 나와 전북도민을 대표하는 양, 입에 거품을 물고 환경과 주민생존권을 들먹였다. 그가 어떤 작자인지를 아는 사람들로서는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 바로 그들이 목청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만금이다!’라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강현욱은 재선가도에 비상이 걸렸으리라. 동계올림픽도 꽝, 공들인 부안도, 군산도 꽝! 돼버렸으니. 이제 울궈먹을 것이라고는 새만금밖에 없지 않은가.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새만금과 관련하여 지금 정부와 전북은 제발, 조용히 좀 있었으면 하는 눈치이다. 군대에서처럼 ‘물구나무 서 있어도 시간은 간다!’는 심정으로. 내년 3월이 되면 물막이 공사를 강행하여 남아있는 2.7km를 막아버릴 계획인 것이다. 설사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다시금 전북 언론을 총동원하여 내년 선거용 카드로 써먹으려는 속셈이다. 계화도를 포함하여 새만금 연안 어민들에게는 방조제 바깥으로 배들을 모두 빼라는 공문이 날아왔다.

지금도 청와대 앞에서는 생존의 터전을 지키려는 계화도 어민들의 1인 시위가 20일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우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진정으로 전북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지역주민들에게는 그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공사현장마다 나부끼는 ‘친환경적인 개발’이라는 현수막과 한수원마저도 ‘환경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떠드는 TV광고를 보자니 말만 무성한 개발 공화국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옛말에 ‘말로 밥을 하면 온 나라 사람이 다 먹고도 남는다.’ 하였다. 말 뿐인 ‘돌아오는 농촌, 참여정부, 친환경 개발’ 앞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개 발(?)로 찬스를 놓치고 마는 축구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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